소니 미러리스 a5000을 구입한지도 벌써 2년이 가까워갑니다..!
골든벨 최후의 2인으로 받자마자 산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그동안 놀러다니면서 자주 써먹...진 못했지만
그래도 한번씩 갖고다닐 때마다 요긴하게 쓰곤 했습니다.
그동안 렌즈 소니 a 미러리스를 사면 딸려오는 번들렌즈,
SELP1650(F3.5-5.6 16-50mm, 환산 24-75mm)을 썼었는데,
물론 준광각~준망원까지 커버하기때문에 초보자가 쓰기는 좋습니다.
하지만, 렌즈를 바꾸지 않고서 이 렌즈만 계속해서 쓰게 된다면
미러리스는 똑딱이와 별 다를 바 없는게 되는 겁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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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5000+번들렌즈에서 정말 아쉬웠던 것은 바로
아웃포커싱에 취약하다는 점이었습니다.
F3.5 16mm(환산 24mm)인 상태에서는 핀을 맞추려는 피사체가 정말 가까이에 있고
날리려는 배경이 정말 멀리 있어야 겨우 아웃포커싱이 이루어지고,
F5.6 50mm(환산 75mm)에서는 그래도 망원이라고 아웃포커싱이 되긴 했지만
F값이 낮아서 여러 모로 쓰임새가 낮은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알파시리즈의 번들렌즈는 정말로 말 그대로 나쁜 의미에서 '올라운더'라는 느낌입니다.
어디에도 어울리지만 겨우 어색함을 면하는 정도.
그래서 렌즈를 알아보았습니다.
우선 지금 가지고 있는 게 줌이 되기 때문에 단렌즈를 구입해보고 싶었습니다.
선예도나 이것저것 다 생각해봤을때 정말 좋은 옵션은 바로
흔히들 칼이사라 부르는 sel24f18z였습니다.
하지만...가격에서는 정말 좋지 않은 옵션이었습니다.
차라리 그돈을 좀 더 모아서 매뉴얼 바이크를 알아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눈물을 머금으며 유튜브에 칼이사로 찍은 영상들을 보며 마음을 달래다가
이런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화각은 35mm....환산 52.5mm.... 딱 기존 번들렌즈에서 줌 중간정도 땡긴 느낌이겠다 싶었습니다.
번들렌즈에서는 줌을 땡기는 정도에 따라서 최소 조리개값이 바뀝니다.
번들에서 35mm면 조리개값은 대략 약 f4.3정도 되겠군요.
그런데 놀라운 건, 이 렌즈의 조리개값이 무려 35mm에서 f1.7이나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 렌즈의 가격이 $30정도밖에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말대로라면 정말 훌륭한 가성비를 가진 렌즈라 이건 제 재정상태와 상관없이
(물론 저거로 재정상태에 크게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술 한 번 덜 마시면되죠)
질러볼만 하다 싶어서 9월 초에 아마존으로 주문 후 i-parcel로 배송받아 왔습니다.
아마존도 처음이고 i-parcel도 처음이라 좀 걱정했는데 주문 후 하루이틀 전후로 개인통관고유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일이 날아오면
그 때맞춰 개인통관고유번호 입력해주면 별 문제없이 배송 진행됩니다.
지른지 16일만에 왔는데, 이제는 직구도 꽤 익숙해져서(결제 수수료는 아직도 익숙치 않습니다ㅠ) 잊어버릴때 쯤 도착했습니다.
가격이 되게 싸긴한데 그래도 가성비가 상당히 좋아서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17년 9월 기준으로 네이버나 구글에 이 렌즈에 관한 정보가 없는 걸 보니
국내에 이 렌즈를 구입한 사람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렌즈를 쓰는 사람 중에 블로그를 하는 사람이 없거나 3만원짜리라 굳이 포스팅할 가치를 못느끼나 봅니다.
비슷한 옵션으로 시그마의 f1.4 30mm($329)와 소니의 SEL35f18($448)이 있습니다.
여기에 관세와 배송비까지 추가하면..다들 4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입니다..
물론 둘 다 이 렌즈에 비해서 성능이 뛰어나지만
그래도 가난한 제게는 정말 만족스러운 성능입니다.
이 가격에 이정도 조리개 값을 경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기 때문이죠.
간만에 제대로 된 지름을 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뭘 사도 이렇게까지 기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카메라 살 때보다 더 행복합니다!
마치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인터넷 쇼핑한 기분입니다...ㅎ
(*모든 사진은 보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아웃포커싱은 생각이상으로 훌륭합니다. 제가 35mm 화각을 잘 안써봐서 그동안 잘 몰랐는데, 이 화각이 생각보다 재미난 영역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아웃포커싱으로 뒤를 날리기 좋습니다. 제가 사진에 조예가 깊은 것만은 아니라 어떻게 많은 수사를 하기는 어렵지만, 기존의 번들렌즈가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을 커버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F1.7이 와 닿으려면 얼마나 와 닿을까...했는데, 이렇게 거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구도에서는 초점 링의 역할이 두드러집니다. 초점 링을 돌림에 따라 초점이 맞는 영역이 휙휙 마뀌기 때문이죠. 초점을 돌리다 보면 Fotasy F1.7 35mm 단렌즈의 초점 링이 생각보다 뻑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 사면 안에 오일이 발라져 있어 뭔가 그 느낌이 부드럽기는 했지만 초점 링을 돌릴때는 언제나 큰 맘 먹고 돌려야하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그 느낌이 싫어서 렌즈 분해 후 안에 도포된 오일을 약간 제거해줬습니다. 스무스한 느낌이 좀 줄어들었지만, 그 저항감 역시 줄어들어서 초점 맞출 때의 피로가 조금 가셨습니다.
(좌 : SELP1650, 우 : Fotasy N35 F1.7 35mm CCTV Lens, 독립기념관)
SELP1650의 줌을 땡겨서 똑같은 35mm 화각에서 찍어봤습니다. 화각이 같고, 피사체가 같으니 두 렌즈의 차이와 렌즈의 전반적인 특성이 드러납니다. 이번에 새로 산 렌즈는 푸른 빛보다 약간의 보랏빛이 도는 느낌이 듭니다. 이 느낌은 화이트밸런스가 잘못 맞춰져서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이 렌즈로 찍은 사진 전반적으로 보랏빛이 돈다는 것은 단지 이게 화이트밸런스의 문제만은 아님을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는 이런 느낌이 마치 오래된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모든 야외 사진이 이런 느낌으로 찍히다보니 때로는 거부감이 들 때도 없지않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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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의 감성으로 아웃포커싱을 논하다 이 렌즈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아웃포커싱'에 있다는 것입니다. f1.7이라는 말도안되는 조리개를 뽑아주지만, 막상 찾아보면 이 조리개를 아무때나 쓰기에는 다소간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f1.7의 조리개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카메라를 조작할 때 많은 범위의 선택지가 주어질 수록 좋은 조건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f1.7의 조리개가 단순히 아웃포커싱만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조리개를 이용해 별사진을 찍는다면 조금 더 낮은 ISO값과 셔터스피드를 가지고 별을 찍을 수 있을 것이고, 야간에도 몇 스탑의 셔터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굳이 아웃포커싱이 1순위가 아닌 상황인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이 렌즈를 아웃포커싱에만 주로 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 렌즈가 가진 성질 때문입니다. 조리개가 최대 개방(f1.7) 상황에서는 초점이 맞는 영역이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 사진 분야에서 부르는 말이 있겠으나, 이번 렌즈가 첫 수동렌즈이기 때문에 이 현상의 정확한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카메라 액정에서 빨간 부분이 바로 초점이 맞았다고 판독되는 부분(피킹)입니다. 보시면 초점 링을 돌림에 따라 영역이 원형인 상태에서 원형으로...바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좌 : SELP1650, 우 : Fotasy N35 F1.7 35mm CCTV Lens, 독립기념관)
원형으로 맞는 핀 전반적인 느낌은....위 사진과 같다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뭉개지 말아야할 부분까지 뭉개주고 있다보니 옛날 비디오 카메라를 보는 느낌을 배가시켜줍니다. 경우에 따라 오른쪽 사진이 더 포근하다는 느낌을 주긴 합니다. 색감 자체가 물빠진 느낌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오른쪽의 사진을 냉철하게 바라보았을때 절대 왼쪽보다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벤치 나무의 색깔이 저렇게 옅지 않기 때문이죠. 아웃포커싱 역시 벤치에 맞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벤치에 초점이 맞은 게 아니라 초점이 맞는 원 영역에 벤치가 얻어걸린 느낌에 가깝습니다. 사진을 찍은 구도와 동시에 렌즈의 초점이 면 전체의 영역에 맞아야 다는 것을 고려하면 두 번째 벤치에 초점이 맞아서는 안되고, 사진 중앙 면의 수풀에도 핀이 맞아서는 안됩니다.
색감 색감적인 면에서는 위의 벤치 사진 을 통해 대략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번들렌즈가 더 쨍한 색감을 보여줬다면, 이 렌즈에서는 조금 더 옅고, 포근한 색감을 보여줍니다. 이 렌즈가 전반적으로 보랏빛이 약간 돈다지만, 보랏빛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랏빛이 나타나고, 평소에는 잘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는 보랏빛이 도는군요)
렌즈의 색감이 일관되지 않아서..화이트밸런스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이상하게 번들렌즈를 끼울때보다 이 렌즈를 쓸 때 화이트밸런스가 잘 안맞거나, 자동으로 화이트밸런스 맞추는데 걸리는 시간이 번들렌즈때보다 길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런 저런 생각이 들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뭔가 물빠진거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가만 생각해보니 위의 사진은 일부러 채도를 빼고 찍은 거 같기도 한데..)
좁은 DR의 문제 이 사진에서도 위에서 불평했던 잘못된 아웃포커싱 영역이 나타납니다. 이 렌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리개를 조여야하는데, 그렇다고 조리개를 조이고 싶은 생각보다는 "왜 이 렌즈의 초점영역은 면이 아닌 원인가"하는 생각뿐입니다. 30$ 렌즈에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되겠죠..네..그렇겠죠...
어쨌든, 위 사진에서 논하고 싶은 건, DR(Dynamic Range : 사진의 밝고 어두운 영역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력, DR이 좋을 수록 사진이 풍부해진다. ) 범위가 조금은 아쉽다는 겁니다. 원래 카메라 자체도 DR이 상당히 좋지 않은데, 렌즈가 그래도 안좋은 DR을 더 나쁘게 만듭니다. 좀만 잘못찍어도 건물은 까맣고 하늘이 파랗거나, 건물은 제대로인데 하늘이 하얀(..)사진이 나옵니다... 쨍쨍한 하늘의 풍경을 찍을 때는 맘먹고 카메라를 신중하게 세팅해서 찍어야겠습니다.
총평 은
30$에 주고 살 가치는 있는 렌즈이지만, 이걸로 동급 400$ 렌즈들과 결과물을 비교하는데는 아주 무리가 있다.
30$에 f1.7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주요한 의의이다.
사진의 색감이 경우에 따라 바뀌며, 고스트 현상을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아웃포커싱이 센서와 피사체 거리에 의존한다는 것이 이 렌즈에선 헛소리가 됨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도 되겠습니다.
세세한 부분은 조금씩 더 쓰고, 제 실력도 늘고, 렌즈와 친해지면서 배워 갈 예정입니다.
*아, 본 포스팅에 사용된 Fotasy N35 f1.7 35mm 렌즈는 아마존이나 아래 링크를 통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2017.10.13 : 14% 세일(32.9->28.9$)행사중입니다. 서두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