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색의 조합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데, 우선 위의 표현 모델을 확인해보자. 위의 모델은 색을 가산 혼합과 감산 혼합으로 표현한다. 색을 더할수록 밝아지는 것을 가산 혼합이라 하며, 색을 더할수록 어두워지는 것을 감산혼합이라 한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색에 관한 보다 명확한 정보가 나와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몇 가지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
“왜 RGB 원색에 관한 정보는 없지?”
“우리가 색을 인식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지?”
이런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색영역이라 할 수 있으며, 표현할 수 있는 색의 영역으로 정의한다. 색역이라고도 한다.
(색공간(Color-Space)과 혼용해서 쓰이기도 하는데, 색공간은 HSB와 같이 색을 섞는 공간으로, 색영역을 색을 표시하는 범위로 표현한다. 색영역을 색공간으로 표기하는 사례가 많지만, 둘의 차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색영역이라 한다.)
색영역의 역사
과거의 색은 자연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인위적으로 색을 다룰 기술이 없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염료를 활용해 색을 조합함으로써 색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조합된 색은 미술이나 나염 혹은 사진 촬영에 쓰이게 된다. 1970년대에 이르러 색을 다룰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가 새로 생겨나는데, 바로 PC이다. 색을 디지털로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색’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색을 다루는 디지털 장비를 크게 컬러 프린터, 디스플레이, 카메라 정도로 구분해보자. 위의 장비들은 색을 표현하는 방식과 기술력에 차이가 있어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범위에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디스플레이의 색영역이 카메라와 프린터에 비해 더 좁다고 가정한다. 카메라는 완전한 빨간색을 촬영하면서 담아낼 수 있다, 그러나 카메라보다 색영역이 좁은 디스플레이는 카메라가 담은 완전한 빨간색을 재현할 수가 없고 대신 약간 물빠진 당근색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또 이걸 프린트하면 카메라가 담은 빨간색이 재현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장비별로 색영역이 다르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공통된 색 표현의 규약을 정하는 것이 색영역(색역)이다.
색영역(색역)은 일반적으로 sRGB, AdobeRGB가 가장 많이 쓰인다. 이외에도 목적에 따라 DCI-P3, ProPhotoRGB, Wide-GamutRGB등의 색영역이 정의되어 있다. 이외에도 비디오에서의 색영역 DCI-P3, rec.709, rec.2020등이 있다. 본 문서에서는 간단히 sRGB와 AdobeRGB, DCI-P3만 소개하도록 한다.
*sRGB를 표준 색영역이라 할 때 sRGB를 넘어서는 색영역을 광색역이라 하며, 위에 소개한 색영역이 모두 sRGB를 넘어서는 광색역이다. 또한 광색역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마찬가지로 광색역 디스플레이라 칭한다.
*위의 예는 사실 AdobeRGB와 sRGB처럼 색영역에 차이가 날 때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비 별 색영역에 차이가 날 때(표준 색영역이 지정되지 않았을 때)역시 위의 예와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sRGB
1996년 HP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정의한 표준(standard)RGB 색영역이다. sRGB가 정의될 때 다행히도 대부분의 모니터들의 형광 색도와 CRT 감마값도 서로 비슷했다. 또한 모니터, 스캐너,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들이 모두 RGB 색공간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이들 장비의 평균값으로 sRGB의 색영역을 정의하게 되었다.
sRGB 색영역을 표준으로 정의함에 따라 RGB와 CIE xyz색공간 사이의 정확한 좌표 변환이 가능하게 되어, 색이 더 이상 장비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sRGB 색영역은 색의 표현을 ‘통일’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모든 장비가 표현할 수 있는 색영역이고, 약 20년 가까이 된 장비들을 기준으로 한 색영역인지라 표현 범위가 좁은 것이 단점이다.
sRGB는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색의 약 30% 범위의 색만 표시할 수 있다. 특히 녹색과 Cyan 영역에서의 표현이 부족한 편이며, sRGB는 RGB 색공간을 전제로 한 색영역이기에 CMYK 색공간을 사용하는 프린터에서의 색 표현에 아쉬움을 보여준다.
Adobe RGB
앞서 언급했듯, sRGB는 녹색과 Cyan 영역에서의 색 손실이 심한 편이다. 이러한 색손실은 CMYK 색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Adobe에서 기존 sRGB에서 부족했던 색 영역을 보완하는 새로운 색영역을 정립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AdobeRGB이다.
1998년에 Adobe Photoshop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으며, AdobeRGB를 이용해 프린터의 CMYK 색영역을 거의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녹색 Cyan, 주황 영역에서의 색재현이 sRGB보다 잘 이루어진다.
DCI-P3
2007년 SMPTE(미국 영화 텔레비전 기술자 협회)에 의해 정의된 색공간이다.
이미지를 표현할 때 광색역에서 sRGB 대신 AdobeRGB를 쓴다면, 디스플레이(비디오)에서는 rec.709(엄밀히 말하자면 색영역은 아니고 영상처리 규정인데, sRGB와 동일한 색영역을 사용하는 규정이다.)대신 사용하는 색영역이 DCI-P3이다. sRGB보다 약 25% 정도의 넓은 색영역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광색역에서 디스플레이(비디오)도 AdobeRGB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할 수도 있겠지만, 인쇄를 목적으로 CMYK 색공간을 재현하고자 했던 AdobeRGB와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하기 위한 DCI-P3의 탄생과 그 목적을 생각해보면 왜 굳이 DCI-P3를 디스플레이에서의 색영역으로 사용하고자 정의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DCI-P3는 위의 그림과 같이 녹색 영역에 대한 표현은 AdobeRGB보다 다소 떨어지는 대신 빨간색과 파란색 영역에 대한 깊은 표현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전망
디스플레이의 무조건적인 해상도 증가가 반드시 눈에 띄는 효과를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스마트폰과 랩탑 모두 FHD정도면 큰 불만 없이 사용하고,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VR등의 다른 이유가 없다면 굳이 4K 디스플레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해상도의 증가가 디스플레이에서 큰 진보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해상도보다 색 표현 및 색 관리에 대한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실제로 광색역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가 늘어나고 있으며, 색을 다루는 기능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의 영역이라 여겨져왔던 광색역은 이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통해 일반에서도 접해볼 수 있다, 삼성 갤럭시 s7, 아이폰 7부터 DCI-P3를 지원하고 있다. 애플에서는 TrueTone Display라는 이름으로 주변의 색온도에 맞춰 디스플레이의 색온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인쇄물보다는 디스플레이의 비중이 계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이기에, 색영역은 DCI-P3가 sRGB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AdobeRGB는 여전히 CMYK를 색공간으로 하는 분야에서 계속 쓰일 것으로 보인다.
본문에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지만,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4K UHD와 8K에 이르는 현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는 영상 규격으로 rec.2020이 있다. rec.2020은 Kodak에서 정의한 ProPhotoRGB의 상당부분으로 커버할 것으로 보여 많은 기대를 얻고 있다.
추가사항
Gamut과 Color-space는 의미에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본 문서에서는 sRGB, AdobeRGB등을 색영역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했다. 의미상으로는 색영역이 더 정확하지만, 일반적으로 색공간이 더 널리 쓰이는 표현이다.
위에 표시한 그래프의 말발굽형태는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모든 색의 범위를 나타내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CIE RGB, CIE XYZ, CIE LAB에 대해 찾아보면 색채와 색채인식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정의에서 “색깔의 단계는 어떻게 나누어질까?”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의문은 Color Depth에 대한 개념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Color Depth는 간단히 색의 분해능이라 표현할 수 있는데, Color Depth가 n비트라면 색은 2n 단계로 색이 분해된다고 해석하면 되겠다. 현재 대부분의 컴퓨터에서는 24비트 Color Depth(RGB 색깔 당 8비트, 256단계)를 가지고 있다. 참고로 광색역에서는 계조(gradation)가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Color Depth를 10비트로 할 것을 권장한다고 한다.
색영역은 “색 관리(Color Management)”가 중요한 영역이다. 특히 지금처럼 여러 색 영역이 혼용되는 상황에서는 “어떤 색영역의 컨텐츠를 디스플레이에 어떻게 표시해야할까“에 대한 처리가 운영체제 차원에서 적절한 색 관리를 통해 이루어져야한다. 애플의 제품들은 운영체제 차원에서 컬러 관리를 지원하고 있는 반면, 윈도우는 이에 대한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애플의 맥과 아이폰이 윈도우와 안드로이드에 비해 확실히 강점을 보인다.
6.전망에서 언급한 ProPhotoRGB는 위의 그림과 같이 매우 넓은 색역을 제공한다.(카메라가 만들어낼 수 있는 색영역은 가시광선을 넘어저 일부 자외선과 적외선까지, 인간이 인지할수 있는 범위보다 넓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색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사진가의 입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프린터가 없으며,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LAB 색영역(말발굽 형태)을 벗어난다는 것이 주 이유가 된다.
그러나 영상 제작자의 입장에서 프로젝터나 디스플레이가 rec.2020규격을 지원해 ProPhotoRGB에 가까운 영상을 하드웨어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면 추후 ProPhotoRGB에 대한 평가가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rec.2020규격을 지원하는 프로젝터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3D, 4K 등 대부분의 영상 기술들이 봉착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rec.2020에 대응하는 컨텐츠가 많지 않다는 것이 현재 rec.2020이 당장 주류가 되기 힘든 문제이다. 그보다는 인지도면에서 DCI-P3가 월등해서 아마 주류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