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어쩌다보니 급하게 일본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오사카를 한번 더 가게 되었는데, 저번 여행에서 굉장히 늑장부린 것과 괜히 어줍잖게 영상찍는다고 설쳤다 영상도 사진도 제대로 못찍었던 게 떠올랐습니다. 이참에 저번 여행에서 아쉬웠던 것들을 완전 해소하고 올계획입니다. 일단 사진을 좀 제대로 찍어보기 위해 렌즈를 대여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현재 소니 a5000을 쓰고 있으며 그냥 칼이사(sel24f18z) 렌즈 정도만 렌탈 업체에서 빌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찾다보니 소니에서 Touch&Buy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Touch&Buy 이벤트는 제품 가액 30%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렌즈나 바디나 하루 5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소니 풀프레임 카메라와 렌즈를 빌릴 수 있는 이벤트입니다. 바디는 A7~A9, 렌즈는 Carl Zeiss, Sony G, Sony G Master...플래그십 제품을 빌려주는(!) 어마어마한 이벤트입니다..! 제품 가액의 30%나 되는 보증금 지불하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대신 하루 5000원의 대여료는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른 렌탈스토어에서 빌리려면 적어도 하루에 30000-50000원은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여할 수 있는 제품은 바디 4종, 렌즈 11종이 있고, 여건상 바디 보증금을 낼정도의 총알이 없는 상태라(...) 저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하는 렌즈를 빌리기로 했습니다.
1. f값이 낮아야 한다.
2. 망원보다는 광각이다.
3. 이왕이면 파란방패(...)
사실 제게 일본 여행 정도는 번들로 충분하긴 합니다. 유럽처럼 건물이 커서 광각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여친이 있는 것도 아니고(주륵) 그래서 렌즈를 빌릴 명분이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굳이 조건을 나열해봤을 때, 쓸만한(.....??) 렌즈들을 몇 가지 후보로 추려볼 수 있었습니다.
SEL1635GM
| 16-35mm F2.8 고정조리개 최소촬영거리 0.96m 대여료 84만원
금계륵이라 불리는 이 렌즈는 번들과 화각이 비슷한만큼 전천후로 쓸 수 있습니다. 16-35 전구간 f2.8 고정조리개는 너무나 탐스럽고 또 경이로웠습니다. 이 렌즈가 G Master인 이유, 그리고 정가가 300만원을 호가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제게는 대여료가 생각보다 부담스러웠고, 최소촬영거리가 0.96m인게 걸렸습니다. 분명 음식도 촬영할 예정인데, 최소 촬영거리가 0.96m인 건 많이 안타깝죠. 사실 대여료가 가장 큽니다.(음식은 번들이나 fotasy로 찍어도 크게 문제는 없거든요..ㅎ)
SEL1635Z
| 16-35mm F4 대여료 50만원
대여중인 렌즈중에 정가 150만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또 무난한 렌즈입니다. 정가가 저렴하기에 대여료 역시 착한 편입니다. 짜이즈이기에 우선 첫인상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진 번들이 16-50이기에 화각이 겹칩니다. 게다가 전구간 F4인지라 큰 메리트 역시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렌즈에서 눈에 띄는 특장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전천후로 사용하기에는 괜찮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SEL35F14Z
| 35mm F1.4 대여료 60만원
정가가 200만원으로, 대여료는 딱 중간수준입니다. 감당할 수 있습니다. 환산 화각이 52mm로 표준 화각에 가깝습니다. 조리개 역시 1.4로 매우 밝은 수치입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fotasy f1.7 35mm와 화각이 중복되서 살짝 고민하기도 했지만, fotasy가 딱 가격값(3만원)해서 좀 괜찮은 렌즈는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아마 다음에 소개될 SEL1224G와 우선순위 1, 2위를 다툴 듯 합니다.
SEL1224G
| 12-24mm F4 고정조리개 대여료 60
결국
렌즈 대여하기
왜 사람들은 35mm(환산 50mm)에 열광하는가?
착샷
세상에서 가장 작은 미러리스라는 수식어가 제가 가진 A5000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렌즈가 너무 큽니다(...)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나옵니다. 물론 렌즈가 크롭과 풀프레임 모두 대응하니까 기능상에 문제는 없지만 진짜 문제는 들고 다닐 때에 있습니다. 렌즈가 워낙 크고 아름다워서 무게 중심이 맞지 않습니다. 들고 다닐 때도 카메라를 드는 것보다는 렌즈를 든다는 느낌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그나마 바디가 작아서 얻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SEL35F14Z 렌즈 파우치 안에 렌즈와 바디가 함께 들어간다..정도?
SEL35F14Z_테스트
사실 정가가 200만원이나 하는 렌즈인지라, 당연히 잘 나오겠죠. 성능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걱정됐던 건 사이즈였습니다. 바디는 A5000인데 렌즈가 SEL35F14Z라니...완전 언밸런스하죠... 실제로 보기에도 바디와 렌즈가 썩 어울리지는 않고, 무게 중심 역시 심각히 렌즈 쪽으로 치우쳐져 있어 카메라가 아니라 렌즈 들고다닌다는 느낌으로 들고다닙니다. 거기에 바디가 렌즈 성능을 뒷받침할 여력이 없어 렌즈가 제 성능을 발휘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입니다. 크롭에 쓰라고 렌즈가 Φ72의 크고 아름다운 대구경이 아닐텐데 말이죠. 흠..그렇다고 바디를 빌리면 렌즈가 크롭용이라 바디가 제 성능을 발휘 못했을 겁니다.
어쨌든 성능에 대해 논해보자면, 처음에는 별 차이를 못느끼고 이것저것 막 찍어봤는데, 별 차이가 없어서 후회가 막급했습니다. 하..이렇게 크고 아름다운걸로 특별한 사진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왜 빌렸을까...그냥 SEL1224G나 빌릴걸...했는데 찍다 보니 뭔가 느낌이 이상합니다. 번들과 비교할 수 없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색감
색감은 제가 많은 소니 렌즈를 써보지 않았고, 아직 s-log 등의 개념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습니다(카메라에 기능이 없는데 배울 수가 있어야지) 그러나 일단 촬영한 결과물로만 본다면 훌륭한 수준입니다. DR이 카메라 수준에서 다뤄지는 문제인지 렌즈 수준에서 다뤄지는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소나무를 제외하고 기와 아래 서까래 등의 암부 디테일이 기존 번들에 비해 확실히 살아났고, 하늘의 표현 역시 디더링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습니다. 색감도 이정도면 훌륭한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을 꼽자면, fotasy에서 느꼈던 보랏빛이 아주 약간 감도는군요. 대리석에서 보랏빛 감도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아니면 제 카메라 센서 문제겠지요. 보정해야죠 뭐.(요약하자면 렌즈가 멱살잡고 캐리하는겁니다.) *이상하게도 소나무 표현이 제대로 안됩니다. 저기까지가 한계인건지는 모르겠으나 소나무가 잘 표현된 사진을 다 말아먹는 기분이 듭니다.
핀
제가 자주 나가는 독립기념관은 딱히 초점을 맞출 피사체가 없습니다. 그런관계로 쓰레기통(...)같은 거에 초점 맞춰보면서 테스트하다 차에 한번 초점 맞춰봤는데 생각보다 이거..기가 막히네요. 마침 차주분께서 세차도 해놓으셨고 제 장비도 쓸만해서(...)인지 무슨 렌더링하는 느낌이 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물론 이정도 가격대의 렌즈라면 핀이 제대로 맞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날카롭게 핀이 맞아서 놀랐습니다. 날카롭게 핀이 맞는다는 것은 그만큼 심도가 얕다는 것을 방증하면서 동시에 렌즈의 성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전체 간단 평
눈물이 울컥할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냥 막 찍었을 뿐인데 핀이 날카롭게 맞는다고 해야하나 핀이 너무 잘맞고, 렌즈 왜곡에 대한 걱정을 다 날려버립니다. 물론 풀프레임 렌즈를 크롭바디로 찍으니 주변부 화질저하가 생기지 않는 것은 당연한 소리겠지만, 분명 그렇다고 해도 화질저하가 존재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 렌즈는 아예 그럴 여지를 주지 않는 게 너무 감동적입니다. 주변부가 살아나니 전체가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ND필터를 이용해야 f1.4의 밝은 조리개를 낮에서도 쓸 수 있다는 정도...? 소니에서 센스있게 ND 필터도 챙겨줬음 완벽했겠지만, 하루에 5000원에 빌릴 수 있다는 것만으도 그냥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약 2박 3일 간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서 촬영하게 될텐데, 이 렌즈가 담아줄 여행이, 렌즈가 표현해 줄 모습들이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잘 빌렸습니다. 그럼, 여행 다녀와서 봽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