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고민 끝에 결국 구입했습니다. 라즈베리파이.
간단한 심심풀이 프로젝트로는 아두이노로 대부분의 것들을 해낼 수 있지만, 아두이노처럼 매 번 실행할 때마다 업로드를 해야한다든지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게, 조금 더 쾌적한 취미생활을 영위하고 싶다면. 라즈베리파이만한 제품이 또 없는 것 같습니다. 라즈베리파이가 시장에 나온 지 8년, 그동안 라즈베리파이는 개발 보드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라기보다 파격적인 성능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시장의 선구자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런 보드입니다. 저는 라즈베리파이 출시되자 저걸 한 번 사봐야겠는데...라고 입맛을 다셨었습니다. 그럼에도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큰 이유는 쓸 줄 몰라서였습니다. 어떤 물건이든 그걸 알아보는 사람에게 그 물건의 가치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당시만 해도 코딩이 뭔지,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는데 구입해서 서랍장 한 구석에 박혀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아마 Blynk에서 잠시 멈춰있는 Smarthome 프로젝트를 다시 살리는데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안쓰게 된다고 해도 작은 명분 하나쯤은 있어야 이걸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디에 쓸 수 있을까?
라즈베리파이는 본래 교육용으로 나왔으니, 아이들은 이걸 교육용으로 씁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어디에 쓰나 보니 대부분 옛날 게임을 굴리는 에뮬레이터가 대부분인듯 하며, KODI를 설치해 HTPC로 활용하거나 저장장치를 추가해 간이 NAS로 사용하기도 하고, 조금 눈에 띄는 사용법이 있다면, 테슬라 차주가 라즈베리파이를 구입해 차량 데이터 기록하는 데 쓰기도 한다는 겁니다. 뭐가 어찌되었든 이런 저런 용도로 써먹을 생각만 한다면 써먹을 데가 굉장히 많은 친구입니다. 제 경우는 코딩을 주 목적으로 샀지만 왠지 조만간 2개 정도 더 들여서 HTPC로 쓰고 게임 에뮬도 돌릴거같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고 있습니다. 에뮬, HTPC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로만 들은 것과 실제로 테스트해본것과는 좀 차이가 있었습니다. 특히 라즈베리파이가 lost technology로만 생각했던 HDMI-CEC와 연동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높은 확률로 몇 개 더 살 것 같습니다.
라즈베리파이 4, 라즈베리파이 3와의 차이는?
제가 라즈베리파이3를 써보지 못했기에 특별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개인 레벨에서 눈에 띄는 하드웨어 변화는 크게 램 용량의 극적인 변화 + DDR4, 4K 듀얼모니터 출력 지원(이렇게 쓰면 다른 데 쓸 수 있는 리소스가 있을까 싶지만 디지털 사이니지 같은 걸 생각해본다면 의미있는 변화입니다.), USB 3.0 지원, type-c로 전원부 변경, WIFI5 지원(802.11ac) 정도 있겠습니다. 적고 보니 라즈베리파이3 대비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라즈베리파이 3까지만 하더라도 교육용, 개발용 보드라는 한계가 있었다면, 라즈베리파이4에 와서는 본격적인 데스크탑 환경에서도 쓸 것을 염두에 둔 게 보입니다.
그리 좋진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녔어.
가장 먼저 굴러다니는 Sandisk Ultra Class10 64GB 모델을 찾아 Raspberry Pi Imager를 통해 RaspberryPi OS를 설치해봤습니다. microSD카드에 이미지를 올리고 wifi와 오버클럭, ssh 설정 정도만 해주면 됩니다. 다만 microSD환경에서는 태생적인 IO속도 한계로 굉장히 버벅거리며, 신뢰성마저 떨어지니 USB에 설치하는 것을 여러 모로 추천드립니다.
하드웨어 성능과는 별개로, RaspberryPi OS는 공식으로 지원하는 OS이니만큼 가장 깔끔하게 돌아갑니다. 로그인 잘 되고, ssh 잘 되고, 은근히 사람 골머리 앓게 하는 VNC Server도 애초에 설치되어 있으니 원격 접속도 정말 손쉽게 됩니다. 키보드 / 마우스를 블루투스로 연결한다면 micro-HDMI 케이블과 type-C 케이블만 연결해도 좋습니다.
성능은 딱 쓸만하다! 정도 느낌입니다. 데스크탑에 6코어 12스레드가 난무하고 스마트폰에도 옥타코어를 박는 요즘같은 세상에는 한참 뒤떨어진다 느낄 가능성이 크지만, 그럴 때면 이 보드의 신품 가격이 73,000원밖에 하지 않는다는 걸 떠올려야 합니다. 다만 아무리 하드웨어 가속을 지원한다 해도 이 성능으로 4K 재생이 될까 의문이었습니다. 예상대로 4K는 아직 무리라는 의견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잠시 사용하다보니 몇 가지 문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외의 문제들
1. 전원버튼이 없습니다. 그러나 Argon One이라는 라즈베리파이 전용 케이스를 구입한다면, 케이스에 전원버튼이 딸려오기에 GPIO에 전원버튼을 할당하고 파일을 좀 건드려서 전원버튼처럼 쓸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Argon One을 사용할 경우, 전원버튼 말고도 ㄱ형태로 배치된 포트를 미니PC 형태에 가깝게 -형으로 배치할 수도 있고, 케이스 자체가 방열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2. 프리징이 걸립니다. CPU, RAM 점유율이 낮은데도 프리징이 걸린다면, 이건 십중팔구 IO문제다 싶어 USB로 부팅했더니 제가 알던 라즈베리파이가 맞는지 싶을 정도로 빠릿했습니다. microSD카드로 라즈베리파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포스팅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3. 온도가 높습니다. 라즈베리파이4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오버클럭이 필요합니다. 라즈베리파이4는 기본적으로 1.5GHz에서 동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버클럭을 하게 되면 소위 국민오버로 2.0GHz까지 올라갑니다. 그런데 오버클럭을 안해도 열이 상당하다면, 쿨링에 신경을 써서 온도를 낮춰줘야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케이스를 주문했는데, 온도가 생각보다 높아서 듀얼 쿨링 아머 케이스를 따로 주문했습니다. 아머케이스는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외관 자체가 거대한 방열판이기 때문에 온도의 문제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이정도면 쓸만하다. 큰 만족감을 느끼려면 아무래도 x86기반 보드로 가거나 아예 데스크탑을 하나 사는게 낫겠습니다. 부족함을 느낀다면 그건 눈부신 문명의 발전에 따라 우리의 기대치도 너무 높아져 버린 탓입니다. 제한된 환경, 재화 안에서 사용하기에 이만한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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