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외로 헤드폰 시장의 입지가 커지고 있습니다. 애플에서 에어팟 맥스를 출시하며, 헤드폰이 약간의 nerdy한 이미지를 벗고,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그 상징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헤드폰이 패션 아이템이든, nerdy하든 상관 없이, 그냥 겨울 귀마개 대용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생각합니다.
그렇다보니, 봄 여름 가을에는 에어팟을, 겨울에는 헤드폰을 자주 씁니다. 그렇게 소니 MDR-1ADAC 제품을 8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한 기간이 오래 되다 보니, 망가져가는 부분들을 하나씩 수리해가며 쓰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이어컵부분이 달랑거려서 키를 그라인더로 직접 제작한 게 기억이 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어패드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브라켓을 직접 제작한 경험을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헤드폰을 8년 가까이 쓰면 이어패드가 먼저 망가집니다. 이 제품도 역시 이어패드 가죽이 갈라져서 가죽을 교체해야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서드파티로 이어패드를 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아마 이 제품 이어패드는 10년이 지나도 알리익스프레스에 있을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여담이지만, 접시같은 것들은 적당한 가격에 구입해도 되지만, 이렇게 메인터넌스가 필요한 제품들은 큰 기업의 상급 라인업을 구입하는 게 좋다 생각합니다. 최신 중급 라인업보다는, 차라리 한 세대 전 플래그십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낫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스크린샷에서 보시다시피 mdr 시리즈의 이어패드는 국내에서도 구입 가능합니다. 이어패드를 주문하자 마자 저는 기존의 이어패드를 뜯어 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어마무시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올해 봄에 이 사실을 깨닫고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 그동안 헤드폰을 한 번도 안쓰고 있다가, 헤드폰이 생각나 꺼내 보니 케이스 안에 헤드폰과 결착되지 못한 이어패드가 굴러다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헤드폰이 두 동강 난 것도 아니고, 고장 이어패드때문에 사용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에, 재빨리 문제를 분석해 봤습니다.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기존 이어패드에는 회색 플라스틱 브라켓이 끼워져 있습니다. 이어패드를 새로 사면 이어패드'만' 옵니다. 회색 브라켓은 같이 오지 않습니다. 이어패드를 교체할 때, 기존 이어패드에서 저 플라스틱 브라켓을 꺼내 새 이어패드에 끼웠어야 했습니다. 저 별거 아닌 브라켓이 없으면, 그냥 가죽 + 스펀지 조각에 불과한 이어패드는 이어컵에 붙어 있을 수가 없게 됩니다. 이어패드에 저 플라스틱 브라켓이 끼워져 있어야, 이어컵과 이어패드가 단단히 붙어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회색 브라켓 부품이 있을까 싶어 알리익스프레스를 미친듯이 뒤졌지만 결국 못 찾았습니다.
3D Design
다행히 그라인더로 직접 키를 깎던 5년 전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냥 설계해서 프린트만 하면 됩니다. 최대한 이어컵과 수직이 되도록 사진을 찍고, 브라켓과 연결되는 키가 들어갈 구멍을 잘 고려해서 브라켓을 설계했습니다. 브라켓에는 구멍만 뚫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이어컵에 체결할 수 있는 키 구조물 역시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단은, 일단은 이어패드가 헤드폰에 붙어 있기만 하면 되니, 대충 설계해줍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stl 업로드 해 둘테니, 좋아요와 댓글만 남기고 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총 두 개 출력하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pla 수축때문인지 102%정도로 scale하여 출력해야 딱 맞습니다.
이어패드가 빵빵해지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려와는 달리 이어컵쪽의 키와 직접 제작한 브라켓의 아귀가 생각보다 잘 맞고, 이어패드의 고정도 잘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장기간 써도 이어패드에 문제가 없는지는, 직접 테스트해 봐야 할 문제가 될 테구요. 혹여 이어패드가 금방 망가진다면, 그 때 또 새로 사면서 설계를 수정하는 걸로 결정지었습니다. 여기에 할애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이젠 누구나 쓰는 제품들에는 별로 관심이 안갑니다. 밥을 먹을 때도 휘황찬란하고 번지르르한 곳보다, 건물에 다 쓰러져 가는 간판과, 넓은 주차장, 식당내부가 가득 찬 모습에서 더 설렘을 느낍니다. 겉모습보다 그 내면이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 보기에는 조금 민망하지만, 결은 비슷하지 않을까요...?
MDR-1ADAC 이 헤드폰도 그런 느낌입니다. 솔직히 이 헤드폰은 요즘 시점에서 보기에는 조금은 투박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좋은 음을 내주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닳고 달아 이제는 각인마저도 지워진 펜텔 그래프 1000 샤프와 더불어 이 제품이 제게 허름한 맛집같은 존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친구들에게는 거의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geek스러운 주제이기도 하고, '그 돈과 시간을 쓸 바에 그냥 새거를 사라. 돈 없으면 중고를 사라' 라는 속 깊은 반응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들어서라고 하면 납득이 잘 안되겠죠..
누군가에게 이야기는 하고 싶은데 어디에 이야기해야할 지 모르는 주제다 보니 여기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이게 이 블로그가 계속되는 본질이 되겠습니다.
나중에는 이 친구를 블루투스로 튜닝해볼까도 싶습니다. 헤드폰 자체에 DAC가 내장되어 있어 하우징도 넉넉하고, 이어컵에는 전원버튼, 볼륨 조절 다이얼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DAC 모듈을 제거하고 알리산 블루투스 모듈을 넣어도 기존에 달린 전원버튼과 볼륨 조절 버튼을 그래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광고 클릭으로 고마움을 간단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개발환경(Desktop) | Ryzen 5900X, RTX 3080
개발환경(Laptop) | M1 MacBook Air / Mac OS 15.0 Monterey, Python 3.9, ESP-IDF v4.3, EasyEDA 6.4.24
개발환경(Jetson Nano) | JetPack 4.6[L4T 32.6.1], Python 3.6.9, PyTorch 1.8.0, torchvision 0.9.0, OpenCV 4.5.4
제품 개발 및 기타 문의 | dokixote@wklabs.io 혹은 오른쪽 아래 채팅을 통해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