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좋은' 헤드폰에 대한 열망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때 MDR-1ADAC 제품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음악에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 듣는 데 보내는 제게는 '듣는 것'에 조금의 투자를 해도
충분히 가치있을 거란 생각에 MDR-1ADAC 제품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소니가 마케팅을 너무 잘한 탓이 큽니다.)
어쨌든 이렇게 3년 가까이 써오다 보니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고장나있는 상태입니다.
1. 오버이어 헤드폰이라는 점은 강력한 장점이자 단점이다.
물론 실내에서 앉은 채 음악 듣기에는 이것만 한 게 없습니다.
이어컵을 꽤나 신경써서 만들었는지 웬만큼 장시간 듣고 있어도 귀와 머리에 전혀 무리가 없고
보통 헤드폰과 달리 귀 뒷부분이 완전 밀착되는 점은 안정감을 줍니다.
하지만 누워서 헤드폰을 착용하면 고개가 전혀 젖혀지지 않아 매우 불편합니다.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에서 음악을 들을 때도 등받이에 기댄 채 음악을 들을 때 고개가 전혀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게 은근히 불편한 점으로 다가옵니다.
2. DAC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 역시 강력한 장점이자 단점이다.
헤드폰 자체에 있는 AUX input에 3.5파이 케이블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
내장 DAC를 이용해 음악을 들으면 소리가 더욱 깊어집니다.
저음이 살짝 강조된 음이고 전반적인 음질은 매우 준수한 편이라
여름 내내 안쓰다 가을이 시작될때쯤에 다시 꺼내서 들어보면 처음 샀을 때의 그 느낌을 줍니다.
언제 들어도 늘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해 주는 물건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헤드폰이 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DAC는 충전을 해야 하고 자동으로 꺼지는 옵션이 없어서 깜빡하고 안끄면 그대로 배터리가 방전됩니다.
usb 케이블을 통해 음악을 듣는데, 이때 케이블에 어떤 리모트 버튼이나 마이크도 없어서 불편합니다.
이런 옵션을 사용하고 싶다면 3.5파이 input 단자에 헤드폰 리모트 케이블을 연결해 듣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1a가 아닌 굳이 1adac를 샀는지 의문이 들겠지만요.
게다가 얼마 전부터 그냥 휴대폰 충전 케이블을 이용해 pc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
간헐적으로 스피커 잭을 뽑았다 꼽을때의 툭, 툭 소리가 납니다.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닙니다.
이런 많은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3년간 잘 버텨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고장이 나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어컵과 헤드밴드의 연결부가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테이프로 잘 감아가면서 버텼습니다.
그런데 1학기가 끝나갈때 쯤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인지 연결부가 전혀 체결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의 투명한 부위가 이어컵과 헤드밴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저 투명 조인트가 맥없이 빠져서 전혀 고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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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때문에 as센터에 연락해보니 헤드밴드 교체에 13만원 가량 든대서 직접 손대보기로 했습니다.
위 U자 모양의 키가 사라진 것이 문제였습니다.
집에 관련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델링을 하는 것도 좀 웃긴 일이라서..
그냥 집에 있는 비슷한 두께의 쇠를 이용해 최대한 비슷하게 키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커보여도 이 부품은 전체 사이즈가 1cm도 안될 정도로 작습니다.
이런 놈을 5인치 그라인더로 비슷하게 만들어내는건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두께의 쇠를 찾고 저단계까지 만들어내는 데 족히 1시간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만들고 나서도 단 0.5mm도 안되는 오차때문에 키가 조인트에 장착되지 않았습니다.
이런데에서까지 신경쓴 소니의 기술력에 감탄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고 사포로 갈아내고 하나보니 기껏 만들어 둔 키 또 잃어버려서 하나 더만들었습니다(...)
줄로 갈아내다 키가 어딘가로 튀어서 잃어버렸는데
그 담부턴 열정이고 뭐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고생하다보니 어느새 키가 비슷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이제 헤어밴드와 이어컵이 제대로 체결됩니다. 야호!
분해했던 부품들을 다시 조립하고, 헤어밴드에 남아있는 테이프자국을 지웁니다.
이참에 글루건으로 대신 봉합했습니다.
이왕 글루건도 나오고 13만원도 굳은 김에 헤드폰 걸이도 만들어줬습니다.
훨씬 낫네요.
실제로 구동시켜보니 제가 키를 만들어서 박은 부분은
그렇지 않은 부분보다 약간 뻑뻑하고 걸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냥 키를 CNC나 3D 프린팅으로 하나 뽑아야겠습니다.
그 편이 더 안정적일 듯 합니다.
하지만 굳이 헤드폰을 돌리지 않는다면 모를 정도로 그 차이는 미미합니다.(의식해야 느껴집니다.)
소니..기술력 좋습니다..
(괜히 이 조인트부분이 제품 상세 소개에 있는 게 아니었어..)
모멘텀 와이어리스, MDR-1000X같은 녀석들이 가끔 마음을 혹하게 하지만,
그래도 아직 제겐 이녀석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이녀석과 올 겨울도 잘 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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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벌 손잡이는 그때 이후 큰 변화없이 그냥 3D 프린팅 맡겼습니다.
한 3~4일쯤 후에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