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조차 너를 그리다

1. 협상의 정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둘 이상의 당사자가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협상의 심리학적 요인을 강조하기 위해 감정, 인식, 행동 순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어 서로의 합의점을 찾는 과정으로도 표현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 표현이 더 마음에 드는데, 협상을 조금 더 친근하게 설명하기때문일 것이다. 보통 협상이라 하면 기업 M&A, 노사갈등해결의 현장에서 쓰이는 것이 아닌가 느껴지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협상은 어디에나 있으며, 가장 접하기 쉬운 심리학이자, 화법이다. 학생들은 교수님과 학점 협상을 벌이고, 직장에서는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협상한다. 자녀는 부모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협상하고, 부모는 그런 자녀를 제지(..?)하기 위해 협상한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협상은 결코 무거운 단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2. 역사 및 유래 


가. 협상의 개념 및 유래 

협상은 재화가 한정된 상황 혹은 서로의 가치를 교환함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상의 역사는 언어의 발달과 같이 하거나 언어보다 오래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에 반해 협상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생각보다 오래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협상을 “타인에게서 원하는 것을 최대 한 얻어내는 것”, 일방적인 개념으로 정의했으나, 1980년을 전후로 협상에 대한 학문적인 논의가 시작되면서 협상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마 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는, 쌍방적인 개념으로 이해되어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나. 흥정과 협상의 차이 

흥정은 누군가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게되는 zerosum의 형태를 띄지만, 협상 은 똑같은 거래라도 몇 가지의 교환 가능한 factor를 더 추가해 서로가 만족 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를 참고했을 때, 1980년을 전후로 흥정과 협상의 개념이 분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성공적인 협상 전략 


가. 요구가 아닌 욕구에 집중하라

 협상에서 놓치기 쉬운 요소 중 하나는 표면적인 것에 압도되어 그 너머의 본 질을 놓치는 것이다. “물을 달라” 는 상대의 요구를 분석해보자. 우리가 받는 표면적인 요구는 분명 물을 달라는 것이다. 표면적인 요구를 넘어 상대방의 본질적인 욕구는 “목이 마르다”는 데 있다. 우리가 요구를 받는 입장일 때, 본질적인 욕구를 파악하고 대신 다른 음료를 권하더라도 상대방은 물을 마셨 을 때와 같이 갈증이라는 욕구를 해소했으므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요구를 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나의 요구보다 욕구에 집중할 수 있는 말을 꺼내면 원하는 요구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물을 달라”는 말 대신 “목이 마르다 , 마실 것을 달라”는 표현을 할 때 상대는 내게 제시 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갖게 되고, 우호적이 협상 관계를 지속하는데 도 움이 된다. 

나.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라. 

감정은 협상에서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이다. 우호적인 감정은 좋은 협상 결 과를 만들어내지만, 적대적인 감정은 협상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뿐 더러, 당신과 함께 일할 수 있을 파트너를 잃게 한다. 이때의 우호적인 감정 은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어떤 요소보다 강력한 요인이다. 무조건적인 긴 장과 언쟁은 협상을 더 나쁘게만 만들 뿐이다. 협상 상대와의 간단한 대화, 감정적 지불을 함으로서 협상 상대가 나를 더 이상 낯선 협상 상대가 아닌 파트너로서 인식하도록 하는 편이 좋다. 


비행기는 수 시간 지연되었고, 승무원은 지연된 비행기로 화가 난 손님들의 비난 을 듣고 있었다. 승무원은 당시 몸이 좋지 않았는지 기침을 하고 있었고, 나는 안 좋아진 날씨를 탓하며 승무원에게 격려의 말과 함께 사탕을 쥐어주었다. 그 결과, 나는 더 좋은 좌석으로 좌석을 옮길 수 있었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위의 예시가 말도안된다고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생각해보면 이 예시가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협상전의 짧은 대화 시간, 서로의 협상 카드를 일부 공유하며 협상 상대에게 자신이 적이 아닌 파트너라는 인식 심어주기. 협상이 끝난 후에도 주기적으 로 연락을 취해 우호적인 감정을 유지시키기 등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접근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적대적인 감정에서 이루어지는 협상은 성공적이라 하더라도 우호적인 감정에서 이루어진 협상이 실패한 것만도 못하다. 혹자는 상대방을 옭아매고, 긴장시키는 협상이 제대로 된 협상의 방법이라고 한다. 이런 협상은 성사되 었다 한들 오랫동안 지속되기가 어렵다. 살얼음판은 모두가 피하려한다. 적대 적인 감정은 가능한 한 피해야한다. 말실수를 했다면 그 자리에서 사과해 추가적인 오해를 막고, 상대방이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악화되어도 절대 화를 내거나 상대방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협상이 악화될 것 같으면 잠시 자리를 비우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다. 숨은 이해관계인을 공략하라. 

진상 손님들은 “여기 사장 나와!”를 잘 쓴다. 이 사람들의 언행을 협상이라 하기에는 부적절하지만, 사장을 찾는다는 것만큼은 협상의 관점에서 매우 적 절한 협상 언어라 볼 수 있다. 일반 직원들은 손님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있 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협상을 하면서 종종 내가 지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대와 상대의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인을 분리해서 생각해야할 때가 있다. 이해관계인은 의사결정권자와 제 3자로 나누어지며, 협상 상대의 협상은 이 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다음의 두 사례에서 협상 상대에게 의사결정권자와 제 3자가 존재하는 경우를 알아보자. 

의사결정권자가 존재하는 경우 : 결혼을 예를 든다면, 연인이 결혼을 원 하지만, 결혼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런 경우 우리는 의사결정권자가 연인에게 있지 않고 부모님에게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연인에게 결혼을 설득한들 소용이 없으며 부모님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제 3자가 존재하는 경우 : NFL의 Pro-bowl 사례를 확인해보자. 미국에 서는 슈퍼볼이 열리기 일주일 전, 프로볼이 열린다. 선수들은 이미 시즌이 끝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고, 부상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프로볼 참가를 거절한다. NFL은 선수의 숨은 이해관계인(가족)을 파악한다. NFL 은 하와이에서 프로볼을 개최하며 최고급 리조트를 잡아주고 가족들과 함께 관광올 수 있도록 하여 프로볼 경기에 선수들의 참여를 장려했다.

상대의 관점에서 고려하고, 숨은 이해관계인을 파악한다면 협상은 조금 더 쉬워질 수 있다. 


라. 상대에게 기준을 제시하라 

상대가 제시한 기준 및 상대와 내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활용하면 더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1) 상대와 내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 제시하기

아파트를 구입하려하는데, 부동산에서 7억을 부른다. 어떻게 해야 그 가격이 적절한지 판단하고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까. 수치가 오가는 협상에서는 객관적인 Data나 선례를 찾아보며 협상에 필요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한다. 위와 같은 건물 구입의 예에서는 실매매가 공시 시 스템을 통해 최근에 거래된 건물의 가격을 확인하고 이를 협상의 객관적 기 준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 객관적 기준은 양측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아파트를 사려는 이는 객 관적 기준을 활용해 지나치게 높은 값을 부르는 것을 견제할 수 있고, 아파 트를 팔려는 이는 객관적 기준을 활용해 터무니없이 싸게 사려 협상을 걸어 오는 이를 견제할 수 있다. 

2) 복잡한 조건의 단순화->주관적 기준 제시하기

자동차를 구입할 때 소비자는 가격, 성능, 연비, 디자인 등 여러 요소를 직접 확인하고 딜러와 상담한다. 이때, 딜러는 소비자의 요구에 최대한 맞 추기 위해 노력하는데, 소비자의 마음에 맞추지 못한다면 번번이 협상에 실패하는 것이다. 이때 소비자가 원하는 요구에 가장 가까이 맞추는 방법 은 무엇일까? 

입에 맞는 떡을 찾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모든 옵션을 고려하다 보면 분명히 소비자가 포기해야할 부분이 있는데, 대다수의 소비자는 포기에 대한 실망감에 압도되고 이를 딜러의 역량 탓으로 돌린다. 세세한 기준이 문제가 되는 이런 경우는 주관적 기준을 제시하는 협상법으로 소비자가 차를 사도록 이끄는 편이 효과적이다. 소비자가 가진 주관적 기준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고객님, 제가 고객님이 원하시는 차량을 가져오면 구입하시겠습니까?” 

주관적이고 복잡한 협상의 기준을 간소화시키고 , 대화를 Y/N구조로 단순화 시키는데, 이때 소비자가 NO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포 기해야한다는 감정 자체를 가질 여지가 없고, 자신이 원하는 차가 나왔다는 것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소비자의 세세한 요구에 맞추다보면 소비자는 포기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나 주관적 기준을 간소화시키면 소비자는 니즈 충족했다는 쪽으로 주의를 돌리게 된다." 복잡한 협상의 관계에서는 상대의 요구를 간소화 시키고, Yes라는 확답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야한다.


 3)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기준 제시하기

 영국 의료기관에서 노 쇼(Do Not Attend)로 인한 피해가 증가한다. 의료 정책은 국가정책이기에 노 쇼를 하는 사람에게 강한 패널티를 주기 어려 운 상황이다. 어떤 슬로건이 가장 효과있었을까? “80%의 영국인은 제 시간에 진료를 받습니다.” 사회 구성원의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기준을 제시한다. 사회적 기준을 세우고 나면, 사람들은 자신 역시 그 사회 구성원의 일부라는 것을 인지하고 해당 사회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는 경향과, 사회의 트렌드를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 “80%의 사람“, 구체적인 수량화는 문장의 신빙성을 더해 사람들로 하여금 문장에 큰 영향을 받도록 한다. 위의 문구를 공익광고로 채택했던 영국은 노 쇼(No-Show)가 30% 감소했다. 공익광고나 개별 문자 메시지가 약 10%정도의 노 쇼 감소에 그쳤다고 하니, 사회적 기준을 제시해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파급력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마.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한 번에 너무나 많은 요구를 하게 되면 상대방은 부담스러워하기 마련이다. 또한 좋은 협상이 한번에 이루어지기도 어렵다는 것을 유념하자. 좋은 협상 은 점진적으로, 조금씩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당신과 협상 상대는 서로 신 뢰를 쌓아갈 수 있으며, 또 하나의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확립한다는 데 의의 를 두자. 한 번의 협상에 실패했더라도 너무 낙담하는 것은 이르다.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도록 목표를 장기적으로 잡고 새로운 전략을 짜자. 


4. 의의 및 기타 사항

  • 협상의 학문적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나, 적용 범위가 일상 상황 부터 업무 상황 등 굉장히 넓다는 점, 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많은 도움 이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누구나 살면서 수도 없이 협상을 하지만, 제대로 협상을 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협상을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 가 협상을 제대로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어떤 이들은 선천 적으로 뛰어난 협상 능력(이 부분은 후술할 내용에서 계속하겠다)을 가지 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고, 나중에 관심을 가지는 이 역시 드물어서 협상론에 대해 알고있다는 것 자체가 큰 무기가 된다. 

  • 위의 내용은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그렇듯이 글로 읽혀서 단순히 지식에 남지않고 체화되어 실제 개인의 언행에 녹아들어야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 협상에 관해 알 수 있는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어린아이들이 생각 외로 협 상에 능숙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고, 그것을 위해 자신이 교환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도 잘 안다. 때로는 울거나 애교를 부리는 등의 행동으로 부모님의 감정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끊임없이 협상하려 한다.

  • 모든 아이들이 협상에 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협상과 거리가 먼 성인(물론 성장하는 동안 사회화를 거듭하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능력은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의 협상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상대방과 의 상호작용 및 의견조율을 의미한다.)이 많다는 것은 모순된다. 그렇기에 모든 아이들이 협상에 능한지, 왜 성인이 되어가면서 협상과는 거리가 멀 어져 가는지에 대해 협상학적 관점에서의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어보인 다.

  • 최근에는 협상에 심리학을 접목시키는 것이 학계의 주 관심사이다. 이 포스팅에서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협상의 정의를 “감정, 인식, 행동 순으로 변 화를 이끌어내어 서로의 합의점을 찾는 과정”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최 대한 심리학, 사회학적 관점에서 협상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 포스팅은 GNI국제협상연구소 류재언 변호사의 특강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