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파츠에서 계기판만 보지 않았더라도..
이번에는 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계기판을 교체하고, ABS 모듈 역시 교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스마트 센스 DIY 작업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제가 차량 전장 및 자율주행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고, 라이프스타일도 1년에 3만km, 고속도로 위주의 주행을 하는 스타일이었다보니 가격만 적당하면 얼마든지 해볼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250-300정도 비용을 1000만원 주고 산 중고차에 쓰기는 부담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아반떼 AD에서 스마트센스를 사용하려면 4.2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가 필요했습니다. 4.2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를 위해 멀쩡한 계기판을 신품으로 교체하는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넌센스였습니다. 물론 중고매물도 알아봤습니다. 그러나 디젤, 4.2인치 슈퍼비전 매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파츠에 우연히 들렀다가 그 찾기 힘들었던 디젤, 4.2인치 슈퍼비전 매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행거리도 당시 제 차량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뒤도 안돌아보고 바로 구입했습니다.
제정신으로 생살도려내기
작업 하기 전, 쓸만한 정보들을 검색하다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SCC 쓰려면 VDC 모듈도 바꿔야한다!
네...제발 제 차는 그렇지 않기만을 바랬습니다. 그러나 진단기를 확인해보면 레이더가 정상적으로 인식되어 있어도, 다음과 같은 오류가 자꾸 발생했습니다. 진단기에서 레이더를 인식한다는 것은 C-CAN 연결이 정상이라는 뜻, 레이더가 VDC 신호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걸 알아낸 시점에서 이미 레이더는 설치된 상태라서 레이더 설치 글이 먼저 나와야 하지만, 시리즈 구성 상 계기판과 ABS모듈 교체가 먼저 나온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리하자면, 레이더는 ABS모듈로부터 신호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C-CAN을 통해서 보냈지만, ABS모듈이 이에 응답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입니다. 이유는 둘 중 하나입니다. ABS모듈이 고장났거나, ABS모듈의 사양이 SCC/AEB가 아닌겁니다.
마침 진단기의 제동제어 항목에 배리언트 코딩, 그중에서도 SCC/AEB 관련 메뉴가 있었습니다. 수 차례 ABS 모듈의 SCC/AEB 기능 활성화를 시도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 코딩 실패! ] 메시지 뿐이었습니다. 제 차 역시 SCC를 위해서 ABS 모듈을 교환해야 하는 케이스라 판단했습니다. 그러니까? 계기판과 마찬가지로 멀쩡한 ABS 모듈을 들어내고 SCC/AEB 지원하는 ABS 모듈로 교체해야만 SCC가 정상 작동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눈물을 머금고 ABS 재생품을 주문했습니다.
계기판 교체, ABS 모듈 교체는 DIY가 가능한가?
계기판과 ABS 모듈은 자가정비가 불가능합니다. 이유가 명백하기에 굳이 탐구하지 않겠습니다. 둘 다 부품만 들고 정비소에 들러 교체하도록 합니다. 계기판은 주행거리계 고장 확인서를 받아서 이를 제출하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제대로 세팅이 안된 상태에서는 차량 사용하는 동안 절대 볼일 없는 경고등들의 향연을 보실 수 있습니다. 계기판이 LKAS + SCC 가 코딩되어있는 경우, 각 센서에 이상있는 경우 계기판에 에러 메시지가 뜹니다. 다음 표에서 O가 모두 만족되어야 해당하는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EB는 카메라와 레이더가 모두 정상이어야 동작합니다.
장치 | HBA(스마트 하이빔) | LKAS(차선 유지보조) | SCC | AEB |
LKAS 카메라 | O | O | O | |
레이더 / 관련 모듈 | O | O |
ABS 모듈은 집 바로 앞의 정비소에서 교체 의뢰한 후 모듈만 교체 요청 해서 가져왔습니다. (브레이크액 교환비용 절감...)
오는길에 브레이크 에어가 차면서 서서히 제동력이 떨어지는걸 경험했습니다. '아..이런게 스펀지현상이구나..'를 느꼈습니다. 운전은 가능했으나..상당히 무섭고 위험한 행위였습니다. 집에 가져오자마자 바로 브레이크액 교환 및 진단기를 통한 'HECU 에어빼기' 작업을 통해 브레이크 라인 내 에어를 제거하고 나니 기존과 같은 컨디션으로 돌아왔습니다.
왜 똑같은 ABS 모듈인데 가격차이가 이렇게 나는거야?
SCC/AEB를 지원하는 ABS 모듈은 겉보기에는 기존 일반 ABS 모듈과 동일해보입니다. 유압 라인을 제어하는 솔레노이드 밸브가 다를 수 있다 생각해봤습니다. 그런데 ABS는 바퀴가 잠기지 않도록 빠른 솔레노이드 밸브 제어가 필요할 것이고, ABS 모듈에 내장된 VDC 모듈은 0-100% 사이에서 연속적인, 부드러운 솔레노이드 밸브 제어가 필요합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어쩌면 기존의 ABS 모듈도 SCC/AEB를 지원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현대에서는 굳이 SCC/AEB 사양의 ABS 모듈의 품번을 따로 정의하고, 관련 펌웨어 업데이트도 SCC/AEB 여부에 따라서 따로 지원합니다. 어떤 원인에서 ABS 모듈 가격 차이가 이렇게 나고, 또 별개의 부품으로 관리하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실히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여분의 VDC 모듈이 있다면 비교분석해보겠으나, 제 차량에 있는 것과 탈거한 부품을 뜯어서 비교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음 내용들이 가격 차이의 원인이 될 것이라 추측합니다. 자세한 건 현직자의 의견을 들어봐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1. 계산량 증가에 따른 HECU 사양 변경 | 기존 ABS 모듈과달리 SCC/AEB가 적용된 ABS 모듈은 토크 제어요청을 ECU에 보냅니다. ABS 모듈 내부에서 원하는 토크값 및 그에 대한 계산이 HECU 내부에 추가된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ABS 모듈 내부 HECU의 사양이 더 높아져야 합니다.
2. 인증 및 개발비용 | SCC/AEB는 ISO26262, A-SPICE 인증을 추가로 요구합니다. 이에 대한 인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개발비용이 증가해 이게 부품 가격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그런데 이미 ABS/VDC는 ISO26262 ASIL Level D 수준이어야 할텐데... 인증 단위가 부품이 아닌 개별 기능단위라면 이 가설이 가능성 있습니다.)
3. 단순 펌웨어 변경 | 사실 단순 경제적인 목적으로 펌웨어만 바꾸고 가격을 올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흔하고, 또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펌웨어 개발 및 관리 리소스는 0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격차이가 이렇게까지 난다는 것은 단순 펌웨어 차이보다 HECU 로직보드 혹은 솔레노이드 밸브 구조가 실제로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1번과 2번이 가격 차이를 만들어낸 주요 원인이 아닐까 의심됩니다. 이 부분은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기때문에, 추후 기회가 되면 한 번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핸들 리모컨, 크래시패드 스위치 교체
크래시패드 스위치는 기존에 차량 내장재 트림을 베이지색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교체를 해두었었습니다. SCC ON/OFF, 속도 조절을 위한 핸들리모컨은 그냥 핸들 탈거 후 교체했습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 중에 가장 쉬운 작업이었습니다.
DONE!
핸들 리모컨도 조금만 DIY 한다면 약간의 납땜만으로 사용가능할 듯 했습니다. 그러나 ABS 모듈 교체로 인한 심리적 타격이 너무나 커서 세세한 것 까지 DIY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50 언더로 스마트센스 작업하는게 목표였는데 ABS 모듈 하나만으로 예산을 훌쩍 넘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모든 작업이 처음이다보니 Trial & Error의 반복으로 엄청난 시간 낭비를 겪게 되었습니다. 다음 포스트도 Trial & Error, shoveling의 반복이지만, 끝을 향해 간다는 것에 위안 삼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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