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벌 모델링이 완성되었습니다. 이로서 거의 3 종류의 모델링을 시도한 셈이 되었는데요. 일자로 따지자면 거의 한달에 가까운 시간을 짐벌 모델링에 쏟아부은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이것때문에 참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왜' 나는 이런 것을 하고 있을까 하면서도 노트북을 켜면 다른 건 다 제쳐놓고 저는 어느샌가 마우스 휠을 굴리며 모델링을 하고 있으니...미칠 노릇이었죠. 그러면서도 유의미한 진전은 보이지 않고 그 뒤에 있을 보상조차도 없는 이 깜깜한 길을 걷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느순간부터는 그렇기에 더 쉬지않고 달려 빨리 이걸 끝내야겠다는 생각만이 남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놓치고 가는 것도 생기고 정말 필요한 것을 찾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쉬어 갈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만든 것들을 정리하며 부족했던점, 개선점을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들어 온 모델들을 되돌아보며 각자의 장단점과 의의를 분석해보겠습니다.
모델1_심미성 위주
첫 번째로 만들었던 짐벌은 기존에 참조했던 basecam electronics의 블로그에서 따온, 거의 나와있는 설명서대로 만드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했던 일은 겨우 블로그 포스팅대로 알루미늄을 깎고, 모델을 프린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블로그 글에서 배포하는 손잡이 모델링이 맘에 들지 않아, 직접 모델링하기로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때 그냥 그 모델 그대로 프린트했더라면 지금쯤 진작 짐벌 프로젝트가 끝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첫 번째 버전의 모델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버전의 모델링은 거의 짐벌 손잡이 모델링과도 같았습니다. 마침 당시 저는 DJI Osmo 짐벌의 디자인에 빠져있었고, 이에 따라 첫 번째 모델의 모델링 역시 “디자인, 편안함”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디자인은 DJI Osmo 짐벌과 전반적인 형태는 비슷하지만, 18650배터리가 들어가기 위한 자리와 lcd가 자리잡을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적절한 두께와 loft를 위주로 모델이 형성되다 보니 굉장히 편안한 그립감을 가질 수 있었지만, 정작 필요한 기능 구현에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조이스틱을 위한 공간이 있지만, 정작 조이스틱 장착은 할 수 없었고, 전원버튼과 기능 버튼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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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2_짐벌 팔(Arm)로 설계 영역 확장
모델1이 손잡이만을 모델링 했다면 버전 2는 기존의 알루미늄 팔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알루미늄 팔은 적당히 가볍고 충분한 강성을 제공하지만 제품 제작에 있어서 그리 좋은 재료는 아닙니다. 샌드블라스팅과 아노다이징 등 후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인지라 굉장히 투박해보이기 쉬웠습니다. 또한 각 축 별로 길이 조절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아 최적의 무게중심을 찾기 어려운 상태인지라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싶어 짐벌 팔까지 모델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델2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뤘던 것 역시 심미성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어떻게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으로 짐벌 팔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현할까”였습니다. 그 결과 두 개의 래크 기어가 맞물려있는 고정 형태를 생각하게 되어 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프린팅 결과물이 너무 약했고, 공차마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아 전혀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렸습니다. 디자인에만 너무 마음을 둔 것도 하나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sweep 활용을 연습할 수 있었고, 모델3로 이어지는 디자인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델3_강성과 심미성을 모두 고려한 디자인.
모델3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몇 가지 단순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손잡이 디자인 변화
원 핸드-> 투 핸드로 포지션 변경
경우에 따라 4셀로 배터리 추가 가능
충전과 조이스틱 장착을 위한 공간 마련(비중있게 다루어짐)
2nd 외부 imu를 위한 공간 마련
팔 디자인 변화
팔 길이 조절 자유도+강성 확보, 부품의 단순화
roll축과 yaw축 45도로 젖히는 형태->roll축만 45도로 젖히는 형태
roll 모터에 BGC 커버 장착
모델2에서 강성과 공차 문제를 겪고 난 후 1초간 깊이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그냥 무식하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팔의 부피가 약 4배 가까이 늘려 강성 문제만큼은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차 역시 0.5mm 정도로 크게 주어 팔과 모터의 작동에 문제가 없도록 했습니다. 손잡이 디자인 역시 기능적인 측면을 조금은 더 고려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거의 무시되다시피 했던 충전 파트와 조이스틱 파트에 조금 더 신경썼으며, 이번 디자인에서는 실제로 조이스틱과 충전 포트를 사용할 수 있을 예정입니다.
다만 이번 모델도 완벽할 수 는 없는 게... 손잡이와 팔 사이의 선 이동 통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있긴 하지만 지름 4mm정도로 매우 좁음), 손잡이가 벌어지는 각도를 120도로 제한했어야 했는데 그게 제대로 구현되지 않다 보니 뭔가 꼭 문제가 발생할 것만 같습니다. 또한 전원 버튼의 종류와 위치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2nd imu에서 발생하는 i2c 노이즈를 잡아 줄 페라이트 코어를 장착할 공간이 없습니다. storm32보드가 roll축만 45도로 젖혀져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인식할지, roll축에 장착된 모터가 제 힘을 쓸 수는 있을지도 의문이구요..여러 모로 이번 모델도 실험적인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마무리
마무리는 그동안 하지않던 어셈블리와 도면을 Fusion 360을 이용해 그려봤습니다. 이쯤되니 확실히 솔리드웍스와 구분이 가는 것 같습니다. 솔리드웍스가 더 낫습니다. 피처 관리나 이런 저런 면에 있어서요. 뭐 어쨌든, 제대로 만들어지기만 하면 되죠..!
짐벌 모델링...그동안 고생 너무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라고 또 바랄 따름입니다. 1년 이상 답이 명확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정말 고된 일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제한된 재화와 시간, 인력 속에서요..
프린트만 제대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침 아는 형이 방학 중에 학교 3D프린터 담당하고 계시나봅니다. 기본 출력 밀도가 20%였다네요...시간 등 여러가지 고려해서 우선 50%로 출력 밀도 올려달라고 부탁했으니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네. 있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