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피사계심도 도입
사진을 찍을 때, 혹은 카메라를 구입하고서 가장 찍어보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아웃포커싱이 제대로 되어 배경이 날아간사진일 것입니다. 물론 요즘은 배경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날려버리기도 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도 상당히 좋아져서 렌즈에 의한 아웃포커싱이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찍고자 하는 대상에 초점이 띠링, 하고 맞은 상태에서 셔터를 누르는 느낌, 그건 스마트폰이 따라가지 못하는 기분일 겁니다. 네,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아웃포커싱과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아웃포커싱은 확실히 '느낌'이 다릅니다. 아마 그게, 사람들이 카메라를 계속해서 사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찍으면 사진에 심도를 줄 수 있고, DSLR이나 미러리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사진을 보며 심도가 낮다 혹은 심도가 얕거나 깊다. 라고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심도가 무엇인지 이번 포스팅을 통해 소개해보겠습니다.
1. 착란원
빛의 회절에 의해 상은 수많은 착란원의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착란원의 크기는 렌즈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림 1에서와 같이 임계초점면 근처에서 착란원의 크기가 최소가 됩니다. 이때 상을 구성하는 착란원의 크기가 최소착란원(우리가 인지할수 있는 착란원의 최소 크기)보다 작다면 착란원을 점으로 인식(또는 인지하지 못하거나)하며, 최소착란원보다 착란원이 작은 범위 내에서 초점이 맞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영역을 피사계심도라 합니다.
2. 피사계심도(Depth Of Field)의 표현
피사계심도는 다음의 식으로 간단히 표현될 수 있습니다.
*센서 크기와 DOF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으나, 카메라 이미지 센서 변화의 요인이 생길 때도 고려하여, 초점 거리에서 화각을 환산하지 않는데서 생기는 문제를 보정하기 위해 센서 크기가 DOF 표현의 인수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웃포커싱, 팬 포커싱
아웃포커스는 사진의 초점이 맞는 영역이 좁은 사진으로, 사진을 어떤 물체에만 맺히고 싶을 때 아웃포커스를 주어 사진을 촬영한다. 배경을 날린다고도 합니다. 아웃포커스가 잘 된 사진을 ‘심도가 낮다’, ‘심도가 얕다’고 합니다.
팬포커싱은 사진의 초점이 맞는 영역이 넓은 사진으로, 단체사진과 같이 넓은 영역에 걸쳐 사진의 초점이 잘 맞도록 하고 싶을 때 씁니다. 팬 포커싱이 되어 넓은 영역에 걸쳐 초점이 잘 맞아 있는 사진을 ‘심도가 높다’, ‘심도가 깊다’ 고 합니다.
3. 심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심도는 크게 3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활용하면 심도가 얕은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 렌즈의 조리개(F)값
심도가 얕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입니다. 렌즈의 조리개값이 밝을수록 심도가 얕은 사진을 촬영하는 데 유리하며, 광량확보와 아웃포커싱에도 유리합니다. 다만 F값이 낮은 렌즈를 구입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며, 조리개값이 낮을수록 색수차도 고려해봐야합니다.(단렌즈의 경우 색수차에 대한 문제를 고려해 설계되므로 크게 걱정은 안해도 되겠스비다.)
나. 렌즈의 초점 거리
렌즈의 초점 거리는 망원에서 찍느냐 광각에서 찍느냐의 문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망원렌즈를 통해 촬영하면 아웃포커싱 효과가 극대화되고(심도가 얕아지고) 광각 영역에서 찍으면 심도가 깊어집니다.
렌즈의 초점거리를 조절해 심도가 얕은 사진을 찍는 것은 크롭바디에서 아웃포커싱을 일으킬 수 있는 쉬운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크롭 바디에서는 프리미엄 렌즈군이 잘 출시되지 않기에, 낮은 조리개값을 가진 제품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다. 센서와 피사체까지의 거리
센서와 피사체까지의 거리 역시 심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됩니다. 센서와 피사체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심도가 깊어집니다. “멀리 있는 것은 멀리, 가까이 있는 것은 가까이” 배치하는 것 역시 심도가 낮은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피사계심도의 광학적 원리
우리는 1. 착란원 을 수많은 착란원들이 모여 상을 형성하고, 개별 착란원의 크기에 따라 초점이 맞는지를 판단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전제를 바탕으로 3. 심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간단한 작도를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착란원의 크기는 원점과 근점에서의 거리에 따라 굴절되는 정도의 차이와도 같은데, 굴절되는 정도는 조리개의 크기, 피사체와 렌즈의 거리, 혹은 초점 거리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가. 조리개에 따른 착란원 크기의 변화
앞서 언급했듯, 굴절 정도가 클수록 착란원의 크기가 커지고, 심도는 얕아집니다. 반대로 굴절 정도가 작을수록 착란원의 크기는 작아지고, 심도는 깊어집니다. 조리개는 굴절 정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는데, 조리개가 조여지면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빛의 양이 적어집니다. 이때 대부분 심도를 얕게 만드는, 굴절이 크게 일어나는 빛들이 조리개에 의해 걸러지는지라 조리개를 조이면 심도가 깊어지고, 반대로 개방하면 심도가 얕아진다.
나. 카메라의 초점 거리에 따른 착란원의 크기 변화
카메라의 초점 거리가 멀수록(망원에 가까울수록) 굴절 정도가 크게 일어납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굴절정도는 심도에 영향을 미치는데, 망원에 가까울수록 배경과 피사체 사이의 굴절 정도 차이가 커져 결과적으로 착란원의 크기가 커지는 것(=심도가 얕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 크롭바디보다 풀프레임 바디에서 심도가 얕은 사진이 잘 나오는 이유는?
환산 화각
크롭바디와 풀프레임의 이미지 센서 크기는 1:1.5(소니) 혹은 1:1.6(캐논)의 비율을 갖습니다. 사진의 초점 거리를 확인할 때 크롭바디에서는 ‘환산 화각’의 개념을 적용하는데, 촬영 화각에서 센서크기의 비율을 곱해주면 환산 화각을 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니 카메라 크롭바디 50mm에서 찍은 사진은 환산 75mm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크롭 50mm에서 찍는 사진이 풀프레임에서 75mm로 찍는 사진과도 같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판형과 심도는 상관이 없다!
3. 심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5-가. 환산화각의 개념을 종합해보면 크롭이 망원효과가 크기에 크롭바디로 찍었을 때 심도가 더 얕은 사진이 나와야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똑같은 화각의 똑같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다른 변인을 보두 통제하고 바디에만 차이를 두는 겁니다.(풀프레임과 크롭 모두 같은 초점 거리를 가진다 가정하자.) 이런 상황이라면 크롭바디는 분명 풀프레임 바디보다 피사체에 더 멀리 떨어져 있을 겁니다. 이는 풀프레임 바디가 크롭바디보다 피사체에 더 가까이 있다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풀프레임 바디가 심도가 얕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기 쉬운 상황이 조성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풀프레임 바디가 얕은 심도의 사진을 찍기 위한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뿐 본질적으로 판형의 크기가 심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풀프레임 바디가 심도 얕은 사진 찍기 유리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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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 낭비되니까 사진 한 장 한 장에 심혈을 기울여 찍던 때도 있었습니다. 대형으로 사진을 인화하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사진을 대형으로 인화한다면 착란원도 마찬가지로 대형으로 인화됩니다. 촬영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착란원이 인화하고 보니 보이는 슬픈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때 피사계심도가 그런 슬픈 상황을 줄이기 위한 이론이 되어 주었고, 슬픈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사진사들은 적절한 거리를 계산해 사진의 초점을 맞춰 촬영했다 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롯한 거의 모든 카메라는 AF가 기본으로 달려 있어 모두들 알아서 초점들을 맞춰주기에 피사계심도를 접할 일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 피사계심도에 대한 이해는 사실 “풀프레임 카메라에 조리개를 개방하고, 망원이고, 피사체와 배경이 멀면 잘된다.”만 기억하면 끝나는 문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카메라가 표현할 수 있는 심도를 다루는 것쯤은 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요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피사계심도에 대한 이해가 잘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궁금 한 거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3시간 이내에 답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