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모바일 디바이스가 많아질수록 충전에 대한 고민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3구 멀티탭을 들고다니기도 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위와 같은 제품을 3달러에 팔길래 한 번 사 봤습니다. 한 2주 가고 녹아서 버렸습니다. 충전기는 좀 제대로 된 걸 사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Baseus 65W GaN 충전기를 보며 하나 살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제게 USB-C 충전을 지원하는 기기가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구입할 생각을 깔끔하게 접었습니다. 명분이 없었습니다.
그램을 샀다 아이가, 그거보다 더 큰 명분이 이 세상에 또 있나?
그러다 그램을 우연히 좋은 가격에 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USB-C를 사용하는 기기가 3개에 에어팟까지 하면 충전해야 할 기기가 총 4개가 되었습니다. 드디어 명분이 생겼습니다. 바로 GaN 충전기를 알아봤습니다. 크게 선택지는 3가지 정도 있었습니다. Baseus, 클레버 타키온, UM2. 셋 중 디자인과 성능, 안정성 면에서 UM2가 가장 낫다 판단해 UM2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늘 그렇듯, 그냥 흔한 포장입니다. 접지형을 강조한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외형
GaN(질화갈륨) 칩셋이 적용되어 웬만한 노트북 충전기보다 작은 사이즈가 작습니다. 디자인은 딱 깔끔해서 좋습니다. 충전기를 아웃렛에 꽂으면 파란색의 LED가 들어옵니다. PD, PPS로고가 옆면에도 있고, 포트쪽에도 존재합니다. 좀 없애거나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몸통은 유광/무광 투톤입니다. 사용하다 보면 광이 나는 면에 흠집이 생겨 눈에 거슬릴 것 같습니다. 검은색은 흠집이 눈에 많이 띄어서, 또 그램과의 깔맞춤을 위해 흰색으로 구입했습니다. 근데 흰색은 때가 잘 탈 것 같습니다. 흠집을 눈에 띄게 하느냐, 때 탄 부분을 눈에 띄게 하느냐 중에서 선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 매트하게 해놨다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두려한 부분이니, 이해는 해줘야겠습니다. 대신 아스테이지를 겉에 두를 예정입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이 가격대의 충전기는 처음 써봐서 뭔가 손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노트북보다 더 상전 모시듯 하고 있습니다.
범용성
UM2 GaN PD 충전기는 2개의 USB-C(USB-PD, PPS), 1개의 USB-A(QuickCharge 3.0) 포트를 제공합니다. 이정도면 제 환경에서, 또 대부분의 유저에게 괜찮은 조합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기기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충전기는 흔치 않았습니다. 갤럭시S10 5G(25W) 이후의 삼성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에 최대 35W 초고속 충전을 할 수 있습니다. PC의 경우 맥북 프로 단독 연결시 65W까지 지원합니다. 이외에도 PD충전을 지원하는 장비는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안정성
플러그 부분에는 접지 단자가 적용되어 있어 스마트폰 혹은 노트북을 충전하는 동안 발생하는 누설전류를 흘려보내줍니다. 그 때문에 조금은 더 두꺼워졌습니다. 이게 정 거슬린다면 접지 플러그가 없는 모델도 있으니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접지 플러그가 없는 모델의 디자인은 현재 리뷰하고 있는 제품과 사뭇 다릅니다.
65W정도의 전력은 접지가 꼭 필요한가...? 싶을 정도의 전력이긴 합니다. 애플의 100W 맥북 충전기도 접지 단자가 없습니다 .충전중에 기기를 만졌을 때 찌릿하고 전기가 오는 건 애초에 충전기나 케이블, 기기를 잘못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충전기와 케이블 문제로 기기에서 전기가 느껴집니다. 바꿔 말해서, 애초에 충전기를 제대로 만들면 65W 선에서는 전기가 오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충전기가 사용하는 전력은 USB 충전기 치고는 꽤 소모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접지 플러그가 있는 제품으로 구입했습니다. 접지는 있으면 무조건 좋습니다. 플러그 부분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려있는게 눈에 띕니다. 유럽의 일부 국가는 한국과 플러그 규격이 거의 비슷한데, 접지 모양이 아웃렛에 막대 하나 튀어나온 형태로 된 곳이 있습니다. 해외 사용을 염두에 둔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사용성
이 충전기를 보면 눈에 보이는 모든 기기를 충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굉장히 편할 것 같았습니다. 맞습니다. 편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꼭 고려해본 뒤에 구입하기를 추천드립니다. 이동이나 여행을 자주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입니다. 그러나 노트북을 주로 집에서 쓴다면 구입을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저는 주로 책상 위에서 노트북을 충전하고, 침대 위에서 휴대폰을 충전시킵니다. 그런데 이 충전기를 사용하면 기기들을 모두 한 군데에서 충전해야 합니다. 저는 침대 위에서 충전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어 노트북을 머리맡에 두고 스마트폰과 동시에 충전했습니다. 단순히 충전기 수를 줄여보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혹시 그런 생각으로 접근했다면 그 생각부터 바꾸기 바랍니다. 충전기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무조건.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출장이 잦으신 분
여행을 자주 가시는 분
노트북 충전기를 잃어버렸는데 마침 이 충전기가 눈에 들어온 경우
여분의 노트북 충전기가 필요하신 분
충전기를 여러개 들고 다니기 싫으신 분
Geek
이런 분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충전할 기기가 별로 없는 분 (불필요 지출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충전기 위치가 자주 바뀌지 않는 분
그램과 S10 5G 충전
일반적으로 PD를 통해 그램을 충전하실 경우, 그램 출시년도를 잘 보셔야 합니다. 2017버전 그램은 20V/2A를 지원해야 합니다. 다행히 UM2는 20V/3.25A의 출력을 지원합니다. 따라서 UM2로는 PD가 지원되는 2017년 이후의 모든 그램을 지원합니다.
기기를 동시에 충전하실 경우 지원하는 최대 전압은 위의 표와 같습니다. 저 표에 따라 제 케이스를 적용해보겠습니다. 그램과 S10 5G를 동시에 충전했을 때 그램에는 40W, S10 5G에는 18W의 충전이 들어갑니다. 그램의 경우 최대 충전 가능 전력 대비 12% 느리게 충전되며, S10 5G는 28% 느리게 충전됩니다. 이 계산치는 단순히 기기가 받아들이는 최대 전력 대비 충전기가 제공하는 전력으로서, 실제 차이는 훨씬 적을 것입니다. 관련 장비가 없어 정확한 측정이 어려운 점 양해 바랍니다.
결론
UM2는 노트북 충전기보다 작은 사이즈에 충전기에서는 보기 드문 접지플러그까지. 갖출 건 다 갖추고도 사이즈는 노트북 충전기보다 작게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오픈마켓에서 45,000원 선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 저렴하진 않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충전기 여러 개를 가지고 다닐 불편함에서 해방되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충전기 시장이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USB-C 3포트에 모두 65W를 지원하는 시기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당장에 큰 편리함과 호기심을 위해서라면 구입할 가치가 있지만, 충분히 더 발전할 여지가 있으니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집에 두고 온 노트북 충전기를 가지러 집으로 돌아갑시다.(UM2를 구입하면 이럴 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