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시작했다. 어떤 모니터를 살까
최근에 자취를 새로 하게 되면서 이런 저런 물건들을 많이 구입했습니다. 모니터도 생애 처음으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 속의 워너비는 애플 프로디스플레이 XDR, Apple ProDisplay XDR 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32인치 FHD도 감지덕지인 상황에, 이상과 현실 그 사이에서 적당히 저울질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모니터를 구입할 땐 몇 가지 선택지를 두고 구입했습니다.
1. 가능하면 대기업 제품으로 사자. 모니터를 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패널입니다. 대기업 제품이어도 저가형 패널을 쓸 수도 있고 중소기업 제품이어도 대기업 패널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중요한건 그 패널을 어떻게 튜닝하느냐입니다. 똑같은 패널을 쓴다면 대기업 모니터의 색이 더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중소기업 모니터들을 보면서 색이 늘 아쉬웠습니다. 모니터 구입은 처음이지만 모니터 사용은 처음이 아닙니다. 수많은 PC방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중소기업 모니터들을 사용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대개는 고주사율을 위해 TN패널 모니터가 대부분이었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색이 아쉬웠습니다. 일부러 감마값이 올린건이 원래 높은건지 크롬 창의 탭과 제목 표시줄의 색이 구분이 안되는 걸 보며 사서 몇 년동안 고통받을 바에 돈 좀 더주더라도 대기업 제품을 사는 편이 낫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 화면 크기는 27인치 이상으로. Apple ProDisplay XDR을 살 수 없다면 느낌이라도 내보자.
3. 32인치니까 해상도는 QHD 이상으로 가자. 1번 기준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PC방을 돌아다니며 32인치 FHD는 픽셀이 보이는게 별로였습니다.
4. 평면이어야 한다. 커브드는 내구성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저는 모니터암을 장착해서 모니터를 잡고 움직이는 일이 은근히 있을 것 같아서 내구성이 더 보장되는 평면이 더 낫다 판단했습니다. 적어도 10년은 쓸 걸 감안하고 구입하는 건데 사용하는 와중에 모니터 위치 옮기다 패널이라도 나가버리면 머리아플테니까요.
5. 가격은 20만원 내외.
이 모든 기준을 고려해 한성 ULTRON 3278 QHD New 을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때문에 4K 모니터를 구입한 이야기
고심 끝에 한성 ULTRON 3278 QHD New 모니터를 결제했습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물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구입 후 한달은 있어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하루 대부분 모니터를 사용하는 제게 이사와서 모니터가 없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에 다른 대안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무엇보다 모니터가 가장 필요한 상황인지라 눈물을 머금고 해당 모델 주문을 취소한 다음 LG 32UK50T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코로나바이러스 덕분에 4K 모니터를 사고 싶은 열망을 실현한 것 같기도 합니다.
32UK50T와 32UK500, 리퍼비시
4K@60hz, VA 300nits, DCI-P3 95%(캘리브레이션됨)
제가 구입한 32UK50T 모델은 국내에서 판매중인 32UK500모델과 동일합니다. 다만 제가 구입한 제품은 리퍼비시(Refurbish : 제작 및 유통 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하거나 QC를 통과하지 못한 제품들을 보완한 제품)로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29만원 정도에 구입했으며, 문화상품권 5~7.5% 할인을 추가하면 275,000원 선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격만 놓고 보면 497,000원 가량 하는 동급 신제품을 거의 반값에 구입하는 셈입니다.
가격이 저렴한건 다 이유가 있는겁니다.
리퍼비시로 풀리는 제품은 흠집이나 아주 약간의 사용감이 있을 수 있으며, 새 제품 대비 제한된 AS 정책(3개월 / 6개월)을 제공합니다. 이런 것들을 감안하고 구입할만한 가치를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리퍼비시 제품이 판매됩니다. 어떤 이들은 리퍼비시 제품이 품질을 보증할 수 없기 때문에 구입을 권장하지 않기도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퍼비시로 풀리는 제품들은 대개 단순 변심, 미세 스크래치 등의 사유로 리퍼비시가 됩니다. 제품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확률이 큽니다. 단순 변심, 미세 스크래치만 있는 제품을 반값에 구입한다는 건 상당히 좋은 조건입니다. 만약 제조 공정에서 문제가 생겨 리퍼비시로 빠진 제품이라 해도 모니터에서 문제될 부분은 패널과 보드밖에 없습니다. 패널은 수리가 어렵기에 그냥 교체해야만 하고, 보드에 문제가 생기면 부품만 교체하면 됩니다.
모니터 특성상 무상AS가 중요하기에 AS가 불리한 리퍼비시가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불안감은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기업에서 제공하는 보증 기간이 1년이라면 '최소 1년은 고장이 나지 않는 제품을 만들겠다' 정도의 작은 약속에 불과하다 생각합니다. 1년 보증을 하면 기업에선 추가 비용을 지출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는 1년은 가는 제품을 만들겁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리퍼비시도 결국 제조 공정은 같았으니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리퍼비시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개봉
모니터가 크니 당연히 박스는 생각보다 큽니다.
처음에 열 때 열지 말라는 부분으로 열어서 번거롭게 다시 테이핑하고 박스를 깠습니다.
그럴만도 한게 다른 제품들도 다 그렇겠지만 모니터는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열지 말라는 부분으로 열게 되어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언박싱 절차를 따를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런 절차가 있나? 싶겠지만 있습니다.
제대로 박스를 열면 스탠드와 어댑터, HDMI 2.0 케이블과 DP 1.2 케이블, 캘리브레이션 확인서가 있습니다.
스탠드를 조립하고 위에 덮어진 스티로폼을 제거하면 모니터 뒷면이 보입니다.
모니터를 살짝 들어올려 스탠드를 끼워 뒤집어 줍니다.
이게 위에서 말했던 '제조사가 제공하는 언박싱 절차' 입니다.
어떻게 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역시 이렇게 하는 게 조금은 더 안정감 있어 보입니다.
설치가 다 완료되었습니다.
외형적인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베젤리스는 아니지만 스크린 크기가 충분히 크기에 미관상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32UK50T의 뒷면은 특별할 것 없는 생김새로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 책상은 모니터 뒷면이 노출되는 형태인지라 뒷면 디자인이 중요했는데, 사진으로는 조금 뭉툭해보였으나,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더 세련되어보이고 기본 제공되는 스탠드와 잘 어울립니다. 뒤가 흰색으로 이루어진 것 역시 책상의 색과 균형을 이룹니다. 다만 오랜 시간이 흐른 후라면 변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작은 우려를 해 봅니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니터 스탠드는 생각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습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할 걸 생각해서 책상도 1600*800 사이즈로 구입했지만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스탠드는 ±5°정도의 틸팅만을 지원하고 엘리베이션은 따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스탠드가 꽤 괜찮은 편이라 그냥 쓰다가 이후에 NB-F80 모니터암을 따로 구입해서 장착했습니다. 대부분의 가구가 흰색 계열인데 모니터암만 까만색이니 뭔가 이상하긴 해도 모니터암이 있는 편이 모니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디스플레이는 리퍼비시를 구입함으로써 패널에 이상이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다행히 무결점으로 왔고 빛샘현상 등의 문제도 전혀 없습니다. 이런 걱정에서 해방되니 다른 불만 가질만한게 없습니다. 해상도가 4K이니만큼 초기에 글자 크기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적응되면 기분 좋게 쓸 수 있습니다.
32인치의 사이즈에 압도되다. 기존에 집에서 쓰던 모니터는 23인치로, 상당히 작았습니다. 그래서 이왕 사는 거면 좀 큰 걸 사고 싶었습니다. 막상 받아보니 생각보다 커서 놀랐지만 생각보다 큰 점이 좋았습니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컨텐츠 소비하기 정말 좋다는 겁니다. 유튜브를 굳이 전체화면으로 놓지 않고 써도 웬만한 8인치 태블릿에서 나오는 화면과 크기가 비슷하고, 여기서 전체화면 설정하면 그냥 편한하게 컨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하기에도 몰입이 잘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용도가 100% 사무용이라면 27인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한 눈에 화면이 안들어오기도 합니다. 가장자리 부분을 볼 때 고개를 움직여야 하는게 건강에는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마우스 커서에 따라 머리가 움직여야 하는게 은근히 불편합니다. 32인치에서는 커브드를 생각해보는 편도 좋을 것 같습니다.
SDR환경에서 적당한 밝기. 300nits의 밝기는 충분히 밝아서 한 번도 어둡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HDR은 따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는 아직 HDR을 제대로 지원하는 장치가 없으니 큰 상관은 없습니다. HDR을 지원한다고 해도 이 가격대에서는 HDR10이 다일텐데, HDR10은 그냥 HDR 구색만 맞췄다는 의견이 꽤 있습니다. HDR600-HDR1000 정도 아니면 유의미한 차이를 느끼기 어려워보이니 다음 모니터를 구입하는 10년 후 쯤 되면 HDR 제대로 지원하는 모니터를 구입할 수 있겠죠.
DCI-P3 95% 디스플레이의 하드웨어 성능은 P3를 95% 지원합니다. 그러나 이 색역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니터 제조사에서 프로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윈도우에 적용해야 합니다. 적용을 하고 나서 재부팅을 합니다.
위의 링크를 통해 자신의 모니터가 DCI-P3 색역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총평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리퍼비시라 해도 새제품이나 다름 없는 걸 이 정도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건 행운입니다. 게임을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4K@60hz 스펙에 큰 메리트를 못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영상감상 / 프로그래밍 / 문서작성을 주로 한다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매 순간, 눈이 호강중이라는 걸 느끼면서 기분좋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디스플레이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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