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스트리트-교토.
//멋지고도 아쉬운 하루.
교토는 일본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목조건물로 이루어진 마을들이,
단조로운 세련됨을 보여주는 느낌이 좋아서 여행 계획할 때부터 가보고 싶었습니다.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전날에 마신 술탓인지 눈이 떠지질 않습니다.
하...이제서야 이야기하는 거지만,
5박 6일의 여정에서
비행기타고 오사카 가는 날 + 오는 날 한명
둘째날 한명, 셋째날 한명, 자유여행 알아서, 그 다음 USJ 한명
이렇게 하루를 한 명이 담당해서 일정을 짰습니다.
일정 고르는 것은 기숙사에서 가위바위보(..)로 정했죠.
그날따라 운이 별로 안좋았던지 꼴찌를 해버려서
비행기타고 갔다 오는 날의 일정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거의 할게 없는 일정이죠...ㅋ
둘째 날 혹은 셋째 날을 골라서 다함께 교토를 가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나름 일찍 일어났다고는 했지만, 이것 저것 준비하다보니 10시가 되었습니다.
일어나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이제 짐을 정리하고 게스트하우스를 떠날 준비를 합니다.
10시 반에 출발해서 오렌지 스트리트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오사카에 와서 옷구경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특히 슈프림
닫혔네요.
그렇다고 해도 이 곳에서 화려한 오사카가 아닌 조금은 차분한, 일본 도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미니밴을 만나기도 했구요.
날씨가 흐린 편이었는데, 나름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좋았습니다.
좁은 길을 돌아다니다보면, 특유의 아기자기함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또 걸어다니며 니폰바시역을 찾아갑니다.
일단 캐리어를 맡겨두기 위해 케이한 유니버셜 타워에 갑니다.
니폰바시역에서 오사카칸조선(Osaka Loop Line), 우리나라로 치면 2호선을 타고
니시쿠죠 역에서 내려 JR선을 타고 유니버셜시티 역에서 내립니다.
영어발음이 좀 웃깁니다. 유니바사르 시티, 유니바사르 시티
이곳에 도착하니 비가 한층 더 거세져 있었습니다.
처음 지하철을 타서 정신이 없는 탓에 아침에 나올 때 로손에서 사온 우산을 지하철에 놓고 내렸네요.
이날은 간사이 쓰루패스를 구입하지 않았기에 지하철 표를 일일이 끊었습니다.
일본 지하철 체계가 한국과는 달라 헤멘다는데, 전 그것보다는
표를 어떻게 끊는지 몰라서 더 헤멨던 것 같습니다.
이제보니 제가 촌놈이라 지하철 표 끊을 줄 몰랐던 거였습니다.
대충 검색해보고 알아내니 생각외로 쉬웠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지하철도 함 타봤구요.
저와 친구 둘이 호텔에 와서 짐을 맡기려 했는데
예약 인원 네 명이 모두 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된대서 두 시간 가까이 나머지 한 놈을 기다렸습니다.
얘는 후쿠시마역까지 가서 규카츠를 먹고 있었죠(....)
무튼 짐만 맡기려고 했는데 체크인할 수 있대서 체크인 하고
짐 넣어두고 밥을 먹었습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앞에 뭔가 막 가게들이 있는데 거기 5층 음식점에서 먹었습니다.
메밀국수에, 바지락밥이라 해야하나..
메밀국수는 국물이 너무 걸쭉했고, 올라간 명란젓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비린 걸 잘 먹는 편인데, 함께 나온 바지락밥은 도저히 먹기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먹었죠.
이런 게 현지인들 특유의 문화인가보다 생각하면서요.
맛있게 먹기는 어려웠지만, 색다른 경험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장 가고 싶었던 기요미즈데라, 청수사의 개장 시간은 오후 6시까지였고,
이렇게 이것 저것 하다 보니 오후 세시가 되어버렸습니다.
교토에 갈 수 있을까 차라리 고베가 더 가깝지 않나 고베를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했지만,
교토를 가지 않으면 왠지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시간은 한시간밖에 걸린다고 하지 않지만, 중간에 헤메다보니 4시 40분쯤에 교토 역에 도착해버렸습니다.
가장 크게 헤맸던 게 오사카칸조선에서 오사카역에서 내렸어야 했는데 잘못 내린거,
그리고 거기서 서두르지 않은 거 정도.
이곳에서 헤멨습니다.
폰이 별로 좋지 않은 탓에
구글맵으로 내 위치를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길을 잃었었죠.
오사카에서 교토를 가려면 오사카칸조선을 타고 그냥 JR교토선타고 쭉 가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는데, 초행길이라 역시..
원래 초행길은 헤메는 거죠!
(사실 여기서 안헤멨으면 전 기요미즈데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기요미즈데라에 가기 위해서는 교토 역에서 버스를 타야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 일본 버스를 탈 줄 몰랐습니다.
검색해서 타는 법을 배웠습니다.
1회용 승차권을 구입하랬는데, 아무리 봐도 승차권 구입하는 곳이 보이지 않아서
그냥 1일 버스 패스를 구입하려 했습니다. 500엔이었죠.
당시 제가 가진 돈이 5000엔정도밖에 없어서
5000엔 지폐를 깰까말까 자판기 돈넣는곳에 돈을 넣었다 뺐다 엄청난 심적 갈등을 겪고 있을 때쯤,
일본인 두분께서 제게 오시더니 제게 버스 패스를 보여주시면서 막 뭐라 하는데
서로 의사소통이 안됐습니다. 그나마 가능한 건 바디랭귀지와, 그쪽이 나의 짧고 쉬운 영어를 알아먹긴 했다는 거.
그리고 약간의 눈치.
말이 안통해서 제가 구글 번역을 켜서 그분께 폰을 드렸더니
일본어 키보드로 뭐라뭐라 치니 "이거 있으면 버스탈 수 있어요"라고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저도 그걸 알죠...문제는 돈이었던거죠.. 근데 한분이 위 고 홈!
하시길래 그때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이분들, 오늘 놀러 왔다가 집에 가는 길이고,
자판기에서 어물쩡대는 날 위해 더 이상 필요 없는 패스를 주려는구나!
짧고 쉬운 영어로 말해보니 제가 추측한 게 맞았나봅니다.
고마워서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정말 감사했죠...ㅠㅠ
교토역 버스 플랫폼.
일본의 버스는 뒤에서부터 탑니다.
탈 때 버스요금을 내지 않고, 내릴 때 버스 요금을 냅니다.
내리는 앞문이 먼저 열리고, 그러고나서 타는 뒷문이 열립니다.
버스에서도 소소한 질서를 느꼈습니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대로 버스를 탔는데, 버스에서 정거장 이름을 알려줄 때
next station is kiyomizudera 라고 해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거장 이름을 kiyomizu-michi인가 이렇게 나와서
아 청수사 입구 역같은건가보다^!^하고 생각하고서 다음 정거장에는 기요미즈데라 나오겠지?
했다가 다음역 기온Gion 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어..어쩌지 하다가 기요미즈데라는 망했다 싶어서 아무 신사나 들어가서 구경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일본인이 무언가를 소망하고 염원하는구나..하면서요.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고..
종교적인 색채가 담긴 건물은 교회, 성당, 절이 전부인 제게 신사는 조금 독특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한국과 다름 없이 이것저것 파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기 사람들은 분위기에 맞는 걸 팔고, 복장도 신사 분위기에 맞춘다고 해야하나,
그런게 조금 더 자연스러워보이는 요인 같긴 했습니다.
제 추측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요..ㅎ
이럴 때 자유여행을 불편함을 겪는 것 같습니다.
잘 "모르니까",
패키지 여행이면 물어보면 되는 문제인데..
시간은 5시 40분. 기요미즈데라가기는 이미 틀렸지만,
그래도 기요미즈데라 끝자락이라도 보고싶어서 오르막길을 올라 기요미즈데라로 향했습니다.
다들 내려오는 행렬들 뿐입니다.
저 혼자서 연어처럼 이 무리들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역시 닫혔죠.
그래도 내려오는 길에서 일본을 느낄 수 있을까, 하고 내려와봤는데
온통 가게들에 그마저도 셔터를 내리는 중이었죠.
센과 치히로에서 본 그런 몽환적인 모습은 끝내 제게 나타나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은은한 백열등 조명에 만족하며 길을 내려왔습니다.
내려올 땐 올라올 때와 다른 길로.
길은 미끄러웠습니다.
단화를 신고 미끄러운 돌바닥으로 내려오다보니
몇번씩 삐끗하기도 해서 조심히 내려왔어야 했습니다.
다른 길을 찾아 내려오다보니 우연히 어떤 탑을 만났습니다.
그저 일본의 수많은 탑중 하나이려나 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웅장해서 그만 압도되고 말았죠.
지금 찾아보니 그때 만난 그 탑을 찾을 수가 없네요.
이름조차 모르는 그곳.
나중에 한번 더 간다면 그땐 이름이라도 알고 오길.
(너의 이름은.)
기온Gion 정류장 가는 길, 버드나무.
어쩌다가 걷다보니 다시 기온Gion 정류장에 도착해서 교토 역으로 돌아갑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교토를 그렇게 떠납니다.
그 때 걸어보지 못한 기온Gion 거리가 자꾸만 아른거립니다.
왜 전 교토를 보고 기요미즈데라를 갈망했을까요.
아쉽습니다. 나중에 이 아쉬움이 발걸음을 다시 교토로 향하게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교토 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교토 타워.
교토 사람들은 이 교토타워가 교토의 분위기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싫어한다고 한다.
물을 너무 많이 맞아 렌즈에 습기가 낀 카메라로 촬영.
그리고 이렇게 공백이 생겨버린 한 끼 식사는
JR교토선을 타고 오사카역을 거져 우메다에 들러서 한큐 3번가에 갔습니다.
혼미야케에서 스테이크 덮밥을 먹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영업종료시간이 다되어가고있었고,
한국인으로 가득찬 대기열도 만만치않아 그냥 나왔습니다.
편의점에서 사와서 먹는 걸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연어구이였는데, 비리다는거 빼고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밥도 상당히 꼬들했구요. 한국에서 쉽게 먹기 힘든 계란말이도 먹어보구요..ㅎ
사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다 섞여버렸네요..ㅠ
컵누들, 이건 좀 놀라웠는데, 한국 라면의 경우 건더기는 그냥 건더기에 불과해서
깔끔함을 원한다면 빼먹기도 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지만
여기 건더기는...음 면을 먹기 위해 라면을 사는 게 아니라
건더기를 먹기 위해 산다해도 납득갈정도로 푸짐하게 들어있습니다...ㅎ
맛있게 먹었습니다. 국물도 시원하구요.
이렇게 피곤하고 별 소득 없는 교토 자유여행이 끝났습니다.
정말 확실히 배운 교훈 하나는, 일본 여행은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것.
담엔 기요미즈데라와 기온 거리, 기필코 가고야 말테다.
여행이 거의 끝나가네요.
뭔가 가슴을 적실만한 여행, 여운이 남는 여행을 기대했는데,
USJ를 마지막 일정으로 잡아버려서 여운보다는 여흥이 남을 것 같습니다.
끝을 맺기를 처음과 같이 하면 실패가 없다. -노자
실패한 여행이려나요.
여행엔 실패가 없다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