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도톤보리-구로몬시장-신사이바시-덴덴타운-츠텐카쿠
//먹방여행
어제 도톤보리에 들렀다지만, 밤에 보는 도톤보리와 낮에 보는 도톤보리는 또 다를 터,
늦잠을 자고 11시에 일어나 도톤보리를 향했습니다.
원래 여행은 8시부터가 정상이라 생각하고, 8시부터 돌아다닐 생각이었지만,
저 혼자만 여행온 게 아니라 시간이 전반적으로 늦춰져버렸네요.
사실 친구들때문이란 건 핑계일 가능성이 큽니다.
일상으로부터의 '일탈' 이라는 느낌때문에 본토에 와서 아사히 한잔 하자던 게 사케 두병이 되어버려서(..)
담날 좀 늦게 깨어버렸네요..ㅎㅎ
가장 먼저 갔던 건, 구로몬 시장이었습니다.
전날 여기가 어디인가, 흑문시장(黑門市場)이라 쓰여있길래 어딘가 했는데,
흑문시장을 일본식으로 읽으면 구로몬시장이 되더군요...ㅎ
가서 돌아다니면서 이것 저것 구경했습니다. 오사카가 열도 중에서는 그나마 내륙인걸로 알고 있었는데
생각외로 해산물을 많이 파는 게 보였습니다. 시장 전반적으로 생선 비린내가 나기도 하구요.
딸 기모찌? 딸기 모찌? 딸기모찌도 사 먹어보고, 관자 꼬치도 먹어보고,
가장 기억났던 건, 창자 꼬치였습니다. 전날 소고기 꼬치와 비주얼이 비슷해서 사먹었는데,
생선창자 특유의 강한 비린내와 느끼함, 약간의 쓴맛이 섞여서 최악이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이게 현지인들의 문화인가보다...하고 먹긴했습니다.
마치 외국인이 우리가 번데기나 골뱅이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 아닐까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다시 먹으라면 먹고싶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이게 바로 문제의 창자 꼬치
. 관자꼬치는 쫄깃해서 맛있었는데, 창자꼬치는 우리가 먹기엔 부담스러웠습니다.
사진 핀이 잘 안맞았네요
시장에서 보였던 독특한 것으로는 고베 소고기, 와규가 있었다는 겁니다.
사실 이쪽 사람들입장에서는 우리가 한우먹는나 다름 없긴 하지만 우리에겐 뭔가 신기한 선망의 대상이었죠.
아사히를 먹이고 마사지를 해서 육질을 최대로 끌어올린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 먹어보고싶었지만
4000엔이 넘어가는 비싼 가격에 눈으로만 보고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담에 올 때는 돈이 먹는데 문제가 되지 않도록, 주머니를 두둑히하고 와야겠군요.
이곳 구로몬시장에서 스시를 사 먹었는데,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녁에 한 번 더 들를 정도로요.
전 개인적으로 회전초밥집같은데서 먹는 걸 추천합니다.
신선도나 생선의 질이나 이런 저런 거 생각했을 때 일본 현지 식당에서 먹는 게 가장 최선인 것 같거든요.
시장스시도 물론 괜찮지만, 한국에서의 스시 뷔페랑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도톤보리가 낮에도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두 분이 사진에 잡혀버렸네요.
어쨌든, 도톤보리는 낮이든 밤이든 사람들로 붐빕니다. 딱 길잃어버리기 좋은..
이것저것 볼 것도, 느낄것도, 맛볼 것도 많다고는 하지만
글쎄요, 이게 일본이라면 사실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번화가의 모습이었거든요.
음식과 언어, 사람들만 달랐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그게 대부분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뭔가 뭔가 아쉽습니다.
저는 교토를 먼저 갔어야 했나 봅니다.
오사카 하면 글리코상, 글리코상 하면 오사카.
필요충분관계라고 해도 좋을만큼 도톤보리의 트레이드마크인 글리코상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팔을 벌리고 왼쪽 다리를 든 포즈를 취한 채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아래 글리코상을 따라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함께 담을 걸 그랬습니다.
음식들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타코야끼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도 있지만,
야키소바나 오코노미야끼는 타코야끼만큼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아서 궁금함도 많았던 음식입니다.
사실 야키소바의 경우 최근 짱구 극장판을 봤을 때
짱구가 야키소바를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특히 궁금했었는데,
미리 여러 블로그에서 찾아 봤듯, 야키소바는 다소 짰습니다.
오코노미야끼도 짜긴 했지만, 아랫부분이 간이 안되어있어서 입맛에는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아, 오코노미야끼를 단순히 전으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위에 고기가 있고, 아래 채소가 있으니 말이죠.
아, 도톤보리에 맛집 치보(CHI-BO)가 있대서 가봤습니다.
규카츠를 하는 곳인 줄 알고 갔는데 가서 메뉴판을 보니 타코야끼, 오코노미야끼밖에 없어서 당황했었죠.
그래도 함 먹어보기로 하고 세트 메뉴를 시켰습니다.
샐러드가 나오고, 돈베이야끼가 나오고, 타코야끼가 나오고, 오코노미야끼가 나오는.
샐러드는 올리브유와 소금으로 맛을 냈습니다.
과일 드레싱 좋아하시는 분들 입맛에는 약간 안맞을 수도 있었겠네요.
하지만 전 되게 맛있게 먹었습니다.
먹다 보면 옥수수같이 생긴 비주얼의 채소가 나오는데,
일종의 뿌리나, 줄기같은 느낌입니다.
색깔이고 뭐고 정말 옥수수에요!ㅋㅋ 친구에게 옥수수새끼라고 하면 넘어갈 정도로
옥수수같습니다. 다만 맛이"없다"고 해야하나..
돈베이야끼는 치보 메뉴판에 톤베이야끼라고 써져있습니다만 돈베이야끼입니다..
가장 무난하고 맛있게 먹으려면 돈베이야끼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일종의 고기 오므라이스 같은 건데, 소스가 많지 않아 그리 짜지도 않고.
달걀이라 부담스럽지도 않고. 여튼 좋아요.
또 하나, 도톤보리에는 위 문어처럼 입체적인 간판이 많았습니다.
이런 것도 생각 외의 볼거리가 되더군요.
대게 다리가 살아 움직이기도 하고,
용이 건물을 뚫고 나오기도 하고.
오른쪽 아래에 게임센터가 있습니다. 3층에 걸쳐 뽑기 기계가 있었습니다.
지하에는 물고기잡기? 장어잡기? 음....
우리나라 빙어 낚시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은 걸 했었습니다.
찾아보면 가라오케도 있을 것 같았는데,
한국노래가 많지 않을 것 같고, 있다 해도 아이돌노래가 대다수일 것 같아서
가라오케 가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면 나중에 한번 가봐도 괜찮겠네요.
발라드나 락을 주로 부르는 저와는 약간 안맞아서..ㅎ
뽑기는 피규어뽑기가 참 많았습니다.
게임센터에 뽑기 종류도 정말 다양했습니다.
한국은 그냥 말 그대로 뽑기, 밀어뽑기가 전부인 반면,
이곳에서는 상품들에 고리가 있으면 낚시바늘같이 생긴 팔을 움직여 고리에 거는 걸어뽑기
팔을 움직여 벽의 스위치를 켜는 켜서뽑기(?)
등등 이것저것 많았는데, 가장 기억났던 건 바로, 이 찌찌뽑기(?)였습니다.
사실 처음 봤을 때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찌찌가 뽑기에 버젓이 있다니,
저것들, 어디에 쓰는지 정체도 불분명합니다.
오후에는 신사이바시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미처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습니다.
동대문이라 해야 할까요, 옷을 되게 많이 팔았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엄청 세일한다는 소리에 GU라는 곳엘 갔는데,
한국에서 3~4만원 혹은 그 이상 할 것 같은 대부분의 겨울옷을 그곳에선 2만원 균일가에 팔고 있었습니다.
청남방과 니트를 샀는데, 니트는 한 사이즈 작은 걸로 샀으면 이뻤을 것 같네요 이제보니..ㅎ
옷가게가 많아서 사고 싶은 건 많았지만 역시 돈이 아쉽네요..
h&m도 좀 들르고 자라도 좀 들러보고 싶었는데..
신사이바시에서 옷을 사고,
잠시 숙소에서 쉬었다가, 덴덴타운에 갔습니다.
도쿄의 아키하바라 같은 곳이라는데, 전자상가&덕질하는 곳이래서 SSD나 알아볼까... 했는데
이럴수가, 여긴 전자상가라기보다는 덕질타운에 가까웠습니다.
온갖 굿즈에 피규어에, 코스프레 복장에.. 게임방에
일반인인 저희가 갈만한 곳은 bandai namco 박물관 같은데밖에 없었습니다.
가니 한국의 게임방처럼 게임이 이것 저것 있더군요.
남코는 역시 철권이죠! 마침 철권7이 들어왔길래 한번 해봤습니다.
한판에 100엔(...)한국은 200원이면 하는데....
한 다섯판 이겼는데 칼로 스카이콩콩하는놈한테 털렸습니다.
그 뒤에 만난 건 캡슐형태의 게임기.
일명 디바 D.Va 게임기라 합시다..ㅋ
손잡이와 페달로 로봇을 조종해서 싸우는 게임인데,
조종기와 스크린의 연결이 상당히 조악해서 몇판 하면 질립니다.
상당히 재미없기도 하구요.
이곳 게임방은 뭔가 한국의 pc방의 느낌이 났습니다 실내 흡연은 기본이구요,
뭔가 지극히 제 주관이긴 합니다만 잠시 즐기기위해 들른 사람들보다는
이곳에서 하루 종일 죽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은. 뭔가 그렇고 그런 느낌
오사카의 야경을 구경하는데는 츠텐카쿠만한 게 없다 들었습니다.
사실 우메다 공중정원이나, 헵파이브같은데가 있긴 하지만, 가까운데부터 가봅니다.
5층 전망대에 있는 이놈 발을 만지면 행운이 온답니다.
전 그런 거 안믿어서 패스.
대신 사진은 찍긴 했죠.
오사카의 야경은 대충 이렇습니다.
오사카에 오기 전에 여수 밤바다를 보기 위해 여수로 여행을 잠시 다녀왔었습니다.
장범준이 노래하는 여수밤바다. 여수밤바다.
케이블카를 타고 밤바다를 구경했죠.
돌산대교를 걸으며 여수의 밤을...
그날은 강풍주의보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저를 마지막으로 강풍 때문에 케이블카 운행을 중단했고,
12월의 해풍은 정말 차가웠죠.
어쩐지 케이블카가 엄청 흔들리더라..
그렇게 본 여수 밤바다는 노래에 어울린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문득 어디선가 읽은 인터뷰 내용이 생각났는데,
장범준은 실제로 여수에 가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죠.
그런 여수에는 다만, 두 개의 다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돌산대교, 또하나는 이순신대교.
밤이면 다리를 따라 빛나는 조명덕에 일반적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해줍니다.
야경, 이야기를 하다보니 엉뚱한 소리가 나왔는데,
오사카의 야경은 평이합니다. 모든 도시가 그런 것처럼
더 멋진 무언가를 보고싶다면 고베에 가는 것을 추전합니다,
+쾌걸근육맨
사실 제 기억에 쾌걸근육맨은 없습니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 거야 너에게
주제가만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죠.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1:1 피규어로 만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스크린으로 봐서 잘 몰랐는데, 정말 멋있더라구요ㅋㅋ
185cm의 장신에, 제 허벅지만한 팔근육...멋있습니다.
스시를 먹기 위해 한번 더 들른 구로몬시장.
이 때가 오후 8시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상점은 셔터를 내렸습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다시 도톤보리로 갑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나서 한번 더 들른 도톤보리.
도톤보리는 오사카의 중심을 지키고 있어 어느 곳을 갔다 오든 도톤보리를 통합니다.
물론 이 날도 어김없이 소고기꼬치를 사먹었죠ㅎ
이번에는 현장에서 사먹고 8개를 추가로 테이크아웃해서
숙소에서 호로요이와 함께 먹었습니다.
그런데 테이크아웃해서 숙소 와서 보니
소고기꼬치에서 육즙이 다 빠져 아래 흐르더라구요.
맛도 빠지고... 길거리음식은 길거리에서 먹어야 제맛인 것 같습니다.
용기아래로 흐른 육즙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길에서 먹을 걸 그랬나봅니다.
잠시 고기에 육즙 가둬놓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잊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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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의 일정은 오사카 시내를 둘러보는 것으로 어느정도 정리됩니다.
다만 12시 정도로 늦게 일어나서, 생각보다 많은 걸 보기 어려웠네요. 그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정도면 처음 떠나는 자유여행 치고 괜찮은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은 어딜 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