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기
모든 비행기 타는 과정이 그러하듯, 탑승수속(+위탁수화물), 보안검색대 통과 하고, 탑승게이트에 가서 타면 그만입니다. 비행기는 12:40분인데 10시쯤에 도착해버렸습니다. 같이 여행가는 형과 함께 근처KFC에서 수다떨다보니 11시 50분이 되었습니다. 한 시간밖에 남질 않은 긴박한 상황에서 어찌어찌 비행기를 탔습니다. 겨우 시간 맞춰 도착했는데, 비행기가 연착이라 숨 좀 고르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저번에 제주항공을 이용했던 것과 다르게 티웨이를 통해 일본을 가게 되었는데요. 인천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비행은 2시간 걸렸습니다. 저번에 한 시간 걸린 것과는 어느정도 대조적입니다. 비행시간이 늘어나니 비행기가 좁은 것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도착부터 숙소까지
드디어 간사이 공항 도착, 우선 난바 역까지 가야 합니다. 뭘 타고 가든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간사이 공항에서 난바 역까지는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립니다. 크게 라피트, 지하철, 버스(OCAT) 3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라피트는 저번에 타 보고 흥미가 뚝 떨어졌고, 지하철은 몇 번 갈아타야 하기에 그냥 버스 탔습니다. 가격은 1050엔으로 싼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감당할 만 합니다.
버스는 인천에서의 공항 리무진과 같습니다. 짐 맡기고, Baggage Claim 받고, 버스에 오르면 OCAT역..이라 해야하나, 어쨌든 난바역에 내려 줍니다. 오후 4시쯤 탔는데, 차가 많이 안막혀서인지는 몰라도 45분 걸렸습니다. 여러 모로 탈 만 합니다. 버스가 가지는 가아 큰 장점은, 바깥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오사카 시내는 결국 작위적인 번화가의 모습, 결국 이미 아는 모양새입니다. 더 볼 것이 없습니다. 이런 회의감에 빠져있던 찰나, 버스를 통해 바라본 바깥의 모습은 제 회의감을 다소 깨뜨려줬습니다. 버스를 타다 보면 달동네도 간간히 보이고 관광도시가 아닌, 공업도시로서의 오사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은 주로 무역을 위한 컨네이너가 자리하고 있고, 왼쪽에는 공장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라피트가 조금 더 빠르더라도, 조금 더 편하고 고급스럽더라도 라피트는 결코 오사카의 민낯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다음에 올 일은 절대 없겠지만, 혹시 온다면 또 버스를 택하겠습니다.
첫 끼니, 사카에스시
일단 밥을 먹어야겠습니다. 원래 완전 비싼 곳을 가길 바랬지만, 일행 중 한 명은 먼저 일본에서 오랜 기간 머무르며 총알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였고, 저도 총알이 넉넉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전날에 밤을 새우기도 하고 버스에, 비행기에.. 버스.. 지칠대로 지쳐있어서 그냥 구글에서 추천해주는 곳으로 갔습니다. 오사카치고는 한국인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바 형식의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에 있는 스시를 확인한 후 거기에 있는 메모지에 해당하는 스시의 번호와 개수를 적어 셰프에게 주면 됩니다. 비싼 스시집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에 먹었던 시장스시보다는 스시 가게의 구색을 갖췄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우선 고등어 스시와 몇 가지 흰살 스시를 시켰습니다.
고등어스시는 역시, 다른 스시에서 느끼기 힘든 식감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비린내를 완벽히 잡지는 못하는군요. 맛과 별개로 아쉬웠던 점이었습니다. 나머지 스시들 모두 전반적으로 괜찮았는데, 특히 정어리스시가 생각이상의 맛을 보여줍니다. 구글에 남겨진 후기들을 둘러보니 이곳에서는 치즈연어스시가 맛있다고 하더군요. 먹어봤는데, 스시의 느낌이 강하지 않습니다. 후기 그대로 스시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먹으면 좋을 듯 합니다.
마지막에는 그냥 흔히 맛볼 수 있는 도미 스시와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을 더 주문했는데, 다른 스시를 먹다가 도미 스시를 먹으니 거부감이 들 정도로 쫄깃했습니다. 회는 쫄깃한 맛에 먹는 게 원래 제 취향이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취향이 바뀌었나봅니다. 아니면 스시가 쫄깃하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카에스시에서 대략¥3500정도 들었습니다.
Hell-Party
근처의 foodium에서 구입한 고기에 간단한 일본 술과 함께 하루를 마쳤습니다. 물론 맥주 한 캔정도는 오히려 즐거운 여행에 도움이 되겠지만(:D) 기본적으로 여행과 술이 공존하기는 어렵습니다. 여행 중 술을 마시게 되면 분명 다음 날 일정에 지장이 가기 마련이거든요. 날이 좋아서 한 잔, 기분 좋아서 한 잔 하다 보면 과음을 하게 되고, 다음 날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내기 어렵습니다. 물론 굳이 과음을 하지 않더라도 술을 마신다는 것은 하루의 일정에 술을 마시는 또 하나의 '일정'을 무리해서 추가하는 격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늦게 잠에 들어 마찬가지로 다음 날에 지장이 가게 됩니다. 애초부터 여행 계획에 술 마실 날을 정해놓거나, 다음 날의 일정을 넉넉히 잡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에 온 건 그냥, 아무런 목적 없이 온 거기 때문에 다음날의 일정 걱정 없이 마실 수 있었습니다.
첫 날, 마무리.
날씨가 흐린 게 매우 아쉬웠습니다. 공항에서 도착해 이래저래 숙소 찾고 하다 보니 오후 6시가 되어 크게 뭔가 하기는 어려운 하루 였습니다. 그냥, 만족스러운 스시를 먹었다는 것만으로 오늘 하루는 의미 있는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일을 외국에서 보내는 날이 있으려나..했는데, 그런 날이 있긴 있군요. 계획대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