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집에 저 혼자 살게 되면서, 집을 관리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책임질 집은 시골에 있는 오래된 집으로, 겨울이면 큰 창으로 단열이 잘 되지 않고 여름 장마철이면 습기가 벽지를 타고 올라오는...손이 많이 가는 집입니다. 이런 집은 누군가 꼭 살아줘야 합니다. 거주자가 온습도를 조절하거나 적절하게 환기를 함으로써 습기가 들어와도 빼주는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군인인지라, 그럴 수가 없습니다. 휴가를 아무리 자주 나와서 50일에 한 번씩 집에 들어온다 해도 50일 동안 환기를 시켜주지 않으면 장마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서 습기가 빠지지 않아 집에 곰팡이가 슬기 딱 좋은 환경입니다. 이 걱정을 작년 가을쯤부터 해와서 대책을 좀 세워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여유롭게 휴가를 나와본 적이 없어서(술마시느라..) 우물쭈물하다 결국 이번 휴가에 와서 우려했던 일들이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바닥 벽지에서 습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장마동안 찬 습기를 이불이 먹어서 이불에 곰팡이가 생겼습니다. 다행히 옷장은 습기제거제를 넣어놔서 큰 피해는 안 입었는데 습기제거제도 물을 먹을 만큼 먹어버렸습니다..
스마트홈-IoT DIY가 가지는 경쟁력
iot가 뭔가 그럴싸해보이고 그렇지만 사실 생각만큼 복잡한 개념은 아닙니다. 모든 것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 스마트폰 하나로 조종하거나 어떤 루틴을 만들어내는(ex. 집 근처로 다가가고 있다면 에어컨을 켠다든지 밤 되면 알아서 불이랑 컴퓨터를 끈다든지 새벽에 일어나면 알아서 화장실 불을 켜준다든지..등등)일입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아이템들이 하나로 묶여서 AI의 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때가 아마 IoT가 고도화를 이루는 지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번에 했던 짐벌과는 다르게 IoT는 사실 가격적으로 매력적인 분야는 아닙니다. 기업 입장에서 진입장벽이 낮아서 부담 없이 출시할 수 있고, 중국에서는 널린 게 iot관련 부품들 뿐이기 때문에 가격이 낮습니다. 게다가 IoT 자체가 크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어서 기술개발비용이 들지 않는 탓도 있습니다. diy하기에 가격적인 측면에서 큰 이익이 없다면, DIY하는 것이 편한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직접 만들어야 하는 유닛들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이 점이 DIY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겠지만(온도 센서 유닛, 릴레이 유닛 등등 종류별로 직접 만든다면야) 반대로 심각한 노가다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큰 단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홈 DIY가 가장 큰 이점을 갖는 부분은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1. 스마트홈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스마트홈을 직접 구축하는 것이 이점이 되는 이유는 현재의 스마트홈 플랫폼이 춘추전국시대와 같기 때문입니다. 여러 회사의 iot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그만큼 휴대폰에 저장해야 하는 iot앱을 회사의 수만큼 설치하거나 서드파티 아이템과도 잘 붙는 삼성 스마트싱스 허브를 쓰거나 해야 할 텐데 우선 스마트싱스 허브는 국내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정식 출시하게 되면 지그비 주파수 규격이 국가마다 달라 스마트싱스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호환성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될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가격도 가격이고..) 통신 방법도 지그비/wifi/블루투스 다 제각각인지라 생각해야 할 요소가 많고 막상 허브와 스위치를 샀는데 호환이 되지 않는다면 또 삽질해야 합니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싱스 허브와 샤오미 iot 스위치를 구입했을 때인데, 서로 호환을 안 하는지 안되는지 스마트싱스 허브에 샤오미 스위치를 붙이려면 어떤 우회 과정을 통해 붙여야 합니다. 직접 플랫폼을 만들게 된다면 어디에 뭘 붙여야 잘 되고 하는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2. 커스터마이징에서 자유롭습니다. 스위치에 온도센서를 합치거나 문 센서에 사이렌을 달거나 정말로 Do It Yourself가 가능하기 때문에 완성품을 5-6개 구입할 비용과 차지하는 공간을 1-2개로 줄일 수 있습니다.
단점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우선 크게 두 가지를 들어보자면,
1.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팔리고 있는 제품들은 케이스로 내부를 가린다든지 조금 더 미려한 외관을 갖지만 diy를 하게 되면 3d 모델링과 프린팅을 통해 enclosure를 각 제품에 맞게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면 장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또 큰 문제가...어떻게 해야 할지는 앞으로 차차 생각해보겠는데 문열림 센서 같은 걸 만든다면 전원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가 걱정입니다. 모든 곳에 전원이 들어오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순 없으니까 전지를 사용하는 경우 전력을 최소한으로 먹도록 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 달 주기로 충전해줘야 되는 센서면 불편함만 늘어날 테니까요.
2. 독자적인 규격을 만드는 것인지라 시간이 흘러도 계속 유지보수가 필요합니다. 스마트싱스 허브가 국내 정식 출시하게 되면 그쪽으로 넘어가는 게 아무래도 더 좋을 겁니다. 갤럭시의 경우 빅스비 + 설치되어있는 Smartthings 앱을 사용한다면 꽤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스마트싱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기존 diy스위치들을 스마트싱스에 사용할 수 있게 다시 customization 할 수 없다면 만들어둔 스위치들을 다 갈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먼저, 해보았습니다.
유튜브를 보다가 AdafruitIO + IFTTT+Google Assistant를 활용해서 조명 음성 제어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AdafruitIO가 서버 역할을 해줘서 스위치 만든 것을 네트워크를 통해 제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런 다음 스마트폰에 IFTTT앱을 깔아서 Google Assistant로 제가 "Turn on the kitchen"과 같은 명령어를 말하게 되면, AdafruitIO에서 설정해둔 제어 내용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iot스위치 쓰자고 Google Assistant 사용언어를 영어로 바꿔서 원어민처럼 영어로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니 Google Assistant에서 한국말로 "거실 전등 켜줘" 키워드를 말하게 되면 "Turn on the kitchen"명령에 해당하는 일을 하라고 설정해줍니다. 비로소 한국말로 제어가 가능하게 됩니다. 웃긴 건 "거실 조명 켜줘"를 설정하면 이 키워드가 Google Home에서 지원하는 명령과 겹치게 되고 "거실 조명 켜줘" 명령을 내리면 아직 Google Home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응답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거실 전등 켜줘"로 바꾸니 그때서야 비로소 제대로 작동합니다.
아직까지 잘 작동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면 막상 만들어놓고 보니 Google Assistant를 통해서 제어할 일이 생각보다 없고 시간이 지나면 AdafruitIO홈페이지에서 켜고 끄는 일이 더 많습니다. IFTTT앱이 스마트폰 백그라운드에서 언제나 돌아가면서 알림창 한 구석을 차지하는 것도 거슬리는 점 중 하나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Dashboard역할을 해줄 만한 AdafruitIO 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매번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하고, 하나의 Dashboard에 여러 장치를 추가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하자면 인증키를 두 개 이상의 장치에서 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개 이상의 장치에서 인증키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브라우저를 통해 AdafruitIO 사이트를 매번 들어가는 것도 생각보다 귀찮은 일입니다.
계획
우선 단기적인 목표는 Adafruit과 같은 제공되는 플랫폼을 사용해서 온습도 확인 및 제어, 간단한 조명제어까지 할 예정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라즈베리파이를 들여서 MQTT서버를 만들어 완전 독립적인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택배 배송기간보다는 휴가 나가는 텀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