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내가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물론이고 회사나 창업과정에서 나의 의견을 상대에게 피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로 사업계획서, 제안서, 스타트업 회사 소개, 승진, 업무보고, 조별과제 등을 위해 연단에 서서 발표를 합니다. 연단에서 내가 오롯이 주인공이 되어 모두가 바라보고 있는 순간은 어떤 순간일까요? 당신의 삶의 한 부분에 있어 중요한 순간입니다. 그 순간이 사업계획서라면 그 발표에 펀딩이 되느냐가 정해질테고, 제안서에서는 제안이 채택되느냐가 정해질테고, 조별과제에서는 A+이 정해질겁니다. 이렇게 발표는 살아가면서 흔치 않고 동시에 중요한 기회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발표의 중요성을 흔히들, 너무나 쉽게 간과하곤 합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표를 하는 그 자리에 압도되어 분위기에 끌려다니고 맙니다. 그런 점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겁니다. 발표를 하기 위한 발성, 화법, 진행방법 등에 대해 평생 한 번도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발표 잘 못하는 당신은 이렇게 발표를 합니다.
발표하기 전, 준비를 안합니다. 5분의 발표를 위해서는 50분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고, 30분의 발표를 위해서는 300분의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발표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그 상태로 연단에 올라섭니다. 처음보는 ppt 자료를 보고 어떻게 할지 머리가 하얘집니다. 슬라이드에 압도됩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슬라이드를 읽다 보면, 당신의 평범하게 실패한 발표 커리어가 또 하나 추가됩니다. 청중이 누가 되었든, 이런 발표를 본다면 당신을, 당신이 전달하는 내용에 대한 신뢰성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입니다. 아무리 ppt 자료를 잘 만들었다 한들,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겁니다.
발표를 못하는 사람의 특징
1. 자신의 발표에 전문성이나 열정이 없습니다. 일단 전문성이 없는 경우는 대개 조별과제에서 생깁니다. 조별과제에서 역할을 정하면 누군가는 자료조사, 누군가는 ppt 제작, 누군가는 발표'만' 하는 식으로 흘러갑니다. 역할을 정할 때 발표를 자청하는 사람은 대개 세 가지 이유로 발표를 하고자 합니다.
"자료조사, ppt 자료 만들 바에는 그냥 발표를 하고 만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 내가 발표를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다."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발표라도 해야겠다."
이런 사람들, 절대 리허설 안하고 연습 안합니다. 스스로 대본을 짜보라 하면 대본 짤 줄 모릅니다. ppt 자료 내용을 아예 모르기 때문에 내내 놀다가 발표 시간에 슬라이드만 웅얼웅얼 읽다 끝납니다. 초중고 다니면서 했던 국어책 읽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2. 기획을 안합니다. 발표의 목적은 내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는 데 있습니다. 발표도 결국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기-서-결의 구조를 통해서 청중이 발표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발표가 잘 되었다면 청중은 '진행이 좋았다', '매끄러웠다' 라는 피드백을 남기게 되는데, 이 피드백은 바로 탄탄한 기획이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표를 하기 전, 내용만 만들 생각을 하지 기획을 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3. 발표하는 동안 상호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걸 남에게 전파시킬 때는 상대방(청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케이스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만큼 쉬운 언어를 쓰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비만 수업에 논문 자료 들고와서 carbonhydrate가 뭐니 이런 걸 물으면 아이들의 흥미가 싹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으니 발표는 쉽게 지루해지고 나중에 청중은 문 밖을 나서면서 들은 걸 다 잊어버립니다. 대개 교수님의 강의 내용이 이 케이스입니다.
4. 대본을 만들지 않습니다. 운동선수들이 대회에서의 한 순간을 위해 계속 운동하고 연습하는 것은 그 자리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겁니다. 당신이 아무리 뛰어난 달변가라도 어떤 자리에서는 경직된 분위기, 긴장감에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걸 방지해 주는 게 대본을 만들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고, 대본을 만들면서 어떤 부분의 내용이 빈약한지, 지루할지 호흡은 어떻게 잡아야 할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걸 파악하고서 연단에 서야 내가 그 분위기를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대본을 만들지 않고 가서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맙니다.
5. PPT자료가 세련되지 못합니다. PPT 자료는 결국 당신의 발표를 보조해주는 역할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당신 스스로가 분위기를 이끄는 겁니다. 그렇기에 PPT 자료는 그냥 사진 하나만 띄워놔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똑같이 사진 하나를 띄워 놔도 세련됨과 투박함이 느껴지는 것을 청중들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템플릿 갖다 쓴 것도 다 파악이 됩니다. 발표 주제와 템플릿이 100% 매칭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발표자와 PPT자료가 매칭이 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마이너스 요소가 됩니다. 이런 이유로 대개 발표자를 따로 구하는 것보다는 PPT 제작자가 직접 발표하는 게 여러 모로 낫습니다.
6. 발성이 좋지 않습니다. 발표를 못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목소리가 좋지 않습니다.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고, 발음이 뭉개지고, 목소리가 작으며,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고, 발성이 좋지 않습니다. 이건 선천적인 목소리의 차이일 수도 있고 훈련에 따라 나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발표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 역시 발표의 신뢰성과 전달성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걸 인지한 채 발표만 해도 발음을 좀 더 잘 하려 할테고, 목소리라도 잘 들리게 좀 더 크게 낼겁니다. (목소리 크기는 마이크를 쓴다면 큰 상관은 없습니다.) 직업이 강사이거나, 발표할 일이 상당히 잦은데 자신의 목소리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면 발성에 관해 진지하게 트레이닝 받을 생각을 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발성에는 애초에 큰 문제가 없겠지요.
이외에도 발표를 잘 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발표를 잘 하지 못한다면 배우면 됩니다. 말 할 줄을 모르겠으면 스피치 학원을 가면 됩니다. 그게 부담되면 유튜브에서 이런 저런 영상을 보면 충분히 이전보다 나아질 수 있습니다. 한 번만 배우면 당신의 학점이, 커리어가 바뀔 수 있는 기회와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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