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 할 자격
블로그 이름이 그렇듯, 저는 꿈꾸는 걸 좋아합니다. 그냥 지나가다 불편한 것을 계속 기억합니다. 어찌 보면 조금은 피곤한 성격일 수 있습니다. 사람 간의 관계에 그리 예민하지 않다는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사람은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한 숨 자며 잊어버리거나, 불평하거나,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집니다. 저는 세 번째 케이스입니다. 그렇다 보니 괜찮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그걸 500자 내외로 구체화 해놓고, 그것을 구현하는 즐거운 상상을 합니다. 어느정도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도 돌려보고, 노트에 관련된 자료도 좀 모아 봅니다.
그런데 그러다 결국 자금과 기술적 문제에 부닥쳐 그 생각을 접습니다. 물론 정말 규모가 작은 아이디어라면 직접 합니다. 직접 구현하고 나면 분명 더 낫긴 하지만 그걸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니 경제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젠 작은 아이디어도 직접 구현하기 전에 미리 경제성을 따지고 구현 여부를 결정합니다. 실속만 따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상상에서 멈춰버린 아이디어가 누군가에 의해 훌륭한 프로젝트로 거듭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습니다. 제가 성인은 아닌지라 배가 아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저는 배가 아플 자격이 없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위해 실제 자본을 투여하고 제대로 몰두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촌이 갭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배가 아파서는 안되듯이, 제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는 실은 제가 직접 구현하기 전까지 제 아이디어가 아니었기에, 배가 아파서는 안됩니다. 국제 특허를 받을만 한 제품이 아닌 이상, 제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은 분명 전 세계 70억 인구 중 누군가 충분히 했을 법한 아이디어들입니다. 그것을 좋은 비즈니스로 전환할 추진력이 있는 누군가가 아이디어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본인이 노력을 했는데도 잘못되고서 다른 이가 똑같은 아이디어로 성공한다면, 그 때 그에게 아쉬워할 자격이 주어지는 겁니다. 이렇게 자격없는 아쉬움을 안겨줬던 아이디어가 있어서 언급을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적다 보니 소개하기에는 너무 길고 지우기에는 너무 아쉬운 글이라 일단은 접어 놓았습니다.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NFT | 2020년 초, 인간의 성향 중 '수집'의 욕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고대에는 조개, 중세시대에는 금이 대표적이었습니다. 현재에 와서 10대~20대 여성은 주로 아이돌 포토카드, 앨범...통틀어 굿즈라 하는 것들을 수집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같은 나이대의 남성은 유희왕 카드 수집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현상은 게임에서도 이어집니다. 수많은 게임들이 카드를 수집하는 형태를 띄고 있었습니다. 세븐나이츠 7성 뭐 이런 것들을 수집하려 했습니다. 포켓몬GO는 직접 돌아다니면서 포켓몬을 수집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저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유희왕을 비롯해 어떤 게임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친구가 초등학교 시절 어머님께 화형식 당했던 유희왕 카드의 현재 가격을 듣고, 미스트롯의 흥행을 보고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유희왕 카드를 가지고 놀던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 손에 카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사라졌지만 돈은 있습니다. 그들의 내면에는 여전히 유희왕 카드로 듀얼을 하던 9살 소년의 마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제 친구는 어머니께 "이런 쓸데 없는 걸 왜 가지고 노냐"라며 자신의 유희왕 카드가 불타 없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친구의 기억에 의하면 불 타 없어진 유희왕 카드 중에는 당시 개 당 2,000만 원에 거래되는 카드도 있었다 합니다.
유희왕 카드가 더 이상 발행되지 않는다고 물량이 이렇게 없어지는가?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어릴 때는 새로운것에 쉽게 매료됩니다. 유희왕 카드를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그 카드를 엽서 수집하는 것 마냥 앨범에 고이 보관했을까요? 아닙니다. 수 많은 카드와 함께 아마 고무줄에 묶어 보관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친구들은 성장하면서 분명 이사도 한 번쯤 할테고, 카드를 집 안에서 잃어버리기도 하고, 카드를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다고 가족이 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당시의 이 친구들은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친구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쯤, 수 많은 PC 게임이 눈과 귀를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지금은(당시 20년 초) 디지털 쪼가리를 누가 사냐고 코웃음 치겠지만, 지금(당시 20년 초)의 나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 남자아이들이 유희왕 카드를, 여자아이들이 아이돌 포토카드를 NFT로 수집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지 정확히 딱 1년 째, 암호화폐 업계는 시즌2를 맞이하게 되었고 NFT 열풍이 뜨겁게 불어닥쳤습니다. 이건 어떻게 구현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따로 손은 대지 않고 상상만 하다 그친 아이디어입니다. 진짜 NFT를 준비했던 사람들은 그 한참 전부터 NFT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그리 배가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진행현황
거의 다 완성했습니다. 대부분의 Routing에 Via가 중간에 포함되어 있는 부분이 많이 거슬리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다듬을 부분 다듬은 다음, GND로 Copper Area씌우고 주문만 맡기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오늘은 완성한 데에서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내일은 이렇게 제작한 Artwork으로부터 Gerber 파일과 BOM을 출력해 주문을 진행하고, 개발 보드를 제작해 펌웨어 개발을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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