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e-Book으로 책을 읽다 버튼을 잘못 눌러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지루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이전에 봤던 영화, 드라마, 소설을 다시 접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 역시 군대에서 킬링타임용으로 한 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원래 읽던 책으로 돌아갈까 하다 200페이지 남짓 되는 분량은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기 때문에 몇 페이지만 다시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 때 미처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이 짧은 분량의 책이, 너무나 향기롭게 다가왔습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책을 읽었는데 감상이 다른 이유는 아마도 사람이 변했기 때문일 겁니다. 군대를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그 기간의 경험이 글을 읽는 안목에 큰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반대로 이야기해서 오랜 기간이 흘러 같은 책을 다시 읽었을 때의 감상이 그 전과 같다면 아마 그 책이 그 정도로 가치있는 책이 아니거나 그 기간동안 책을 읽는 사람의 정신적 발전이 크지 않았다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여행을 떠나는 걸까?
저는 여행의 묘미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여행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꾸는 몇 몇 곳을 여행해 본 입장인데도 여행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그렇게 다녀온 모든 여행에서 아직 저는 여행의 의미를 찾지 못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그렇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기쁨을 찾지 못한 곳에서 기쁨을 억지로 찾으려는 과정은 제게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게 소거 된 사고회로에 남은 한 조각 조각을 찾는 것 같은 슬픈 기분을 안겨줍니다. 딱 하나, 바르셀로나의 성 가족 성당을 봤을 때 알 수 없는 감동에 사로잡혔던 적은 있습니다. 그 순간을 아주 오랫동안 잊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이 순간에서는 이렇게 감동을 받아야 할 것 같다."라는 프로그램에 의해 그런 감정이 남은 느낌입니다.그런 의미에서 저는 여전히 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여행을 함으로써, 여행의 이유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중국 여행을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 그대로 추방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 이전에 저자는 기업의 후원으로 중국에 다녀온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의 저자는 좌파 사상에 물들어 있었고, 중국은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습니다. 저자는 환상의 세계로 여행을 갔지만, 그 곳에서 만난 한 베이징대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베이징대 학생의 꿈은 저자가 그리 증오해 마지 않던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자의 사상이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순간이 젊은 날의 저자에게 괴로운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저자는 오히려 중국에서 추방을 당함으로써 오히려 안식을 얻었다 말합니다.
내면과 삶의 변화를 이끌어주는 여행이 있다면 충분히 가봄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경험한 여행은 대개 그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먹는 것을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또 멋진 건축물을 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과정에서 따라오는 불확실성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오늘 당장 가보지 않은 곳으로 무작정 떠나볼까 생각하다 들뜬 마음을 가라 앉히느라 애 좀 먹은 하루였습니다.
Prototype-Board 제작
미리 각 핀들의 특성을 어느정도 파악했다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Schematic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프로그램을 짜다 보니 Pin 배치에 문제가 많음을 깨달았습니다. 다행히 JLCPCB에서 주문한 기판은 다른 이유로 인해 취소를 하게 되어 수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브레드보드로 제작한 Prototype을 소개시켜드린 적이 있습니다. 브레드보드를 통해 핀을 제어하려니 이상하게도 작동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만능기판을 사용해 Prototype을 새로 제작했습니다.
GPIO의 특성 잘 확인하기
ESP는 GPIO별로 기능이 다양합니다. 어떤 GPIO에는 기능이 많다가도, 부팅에 영향이 가서 되도록이면 쓰지 말아야 하는 GPIO도 존재합니다. 특성을 잘 확인하고서 GPIO를 사용해야 합니다. 오늘은 Input-Only에서 조금 헤맸습니다. Input-Only 핀은 말 그대로 입력 전용으로, 내부 풀-업 / 풀-다운 저항 1이 없습니다. 분명 내부 풀-업을 사용하는 코드를 썼는데도 데이터가 이상하게 나오니 애꿎은 선만 이리 저리 이어보며 고생을 좀 했습니다.
마치며
독후감으로 이번 포스팅을 시작했으니 기억에 남는 구절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제품 개발이라는 여행에서 저는 무엇을 얻게 될지.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여행의 이유> 中,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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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업/풀-다운 | GPIO를 사용할 때, 핀에 5V를 인가하면 1, 0V를 인가하면 0으로 인식한다. 이 때, 아무것도 연결하지 않으면 값이 무작위로 나온다. 사용하지 않을 때 값을 0혹은 1로 고정시키기 위해 핀의 한쪽 분기에는 저항, 한 쪽 분기에는 스위치를 두어 원하는 값이 나오도록 한다. 저항이 5V 분기에 위치하면 풀-업 저항 , 저항이 GND에 위치하면 풀-다운 저항이라 한다. 대부분의 MCU에서는 코드 상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다. [본문으로]